토마스 유진 크리치. /아이다호 교정당국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50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한 사형수인 연쇄 살인범 토마스 유진 크리치(73)의 사형 집행이 독극물 주입을 위한 정맥을 찾지 못한 탓에 실패했다. 1974년부터 수감 중이던 크리치는 3개 주에서 5건의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1981년 동료 수감자를 구타해 사망하게 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28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교정국장 조시 테월트는 기자회견에서 “크리치에게 의료진이 8번이나 정맥주사(IV)를 통해 독극물을 주입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형 집행은 아이다호에서 12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복역한 사형수 중 한 명인 크리치는 이날 오전 10시에 독극물 주사로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세명의 의료진은 크리치의 팔·다리·손·발 등 다양한 부위에서 IV 삽입을 시도했지만, 정맥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당국은 오전 10시 58분에 처형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집행팀은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다. IV를 삽입하고 독극물을 투여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은 의료 훈련을 받았지만 이들의 신원은 국가에 의해 보호된다. 이들은 IV를 삽입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알코올로 피부를 닦고 마취액을 주입한 뒤 IV 카테터를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은 매번 몇 분이 걸렸으며 이를 반복할 때마다 의료진은 피부를 만지며 바늘 위치를 정맥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크리치는 별도의 방에 앉아 있는 가족 쪽을 바라보며 가끔 누군가를 향해 “사랑해”라고 입으로 말했다고 한다. 라울 래브라도 아이다호 법무장관과 언론인 등도 사형 집행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교정부는 크리치에 대한 사형 영장이 만료될 예정이라 다음 단계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료 절차를 통한 처형 가능성도 있지만,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치의 변호인은 이번 사형 집행을 “심각하게 잘못된 처형 시도”로 규정하며 새로운 유예 신청을 제출했다. 래브라도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의가 또 지연됐다”며 “우리의 임무는 그의 행동의 잔인함을 경험한 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 정의를 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앨라배마주는 수감자의 정맥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2022년 두 건의 독극물 주사 처형을 취소해야 했다. 앨라배마 수감자 2명 중 1명은 지난 달 질소 가스를 사용해 뇌의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형에 처해졌다. 작년 아이다호 주의회 의원들은 수감자에게 총살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이를 집행할 정책과 시설은 준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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