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중인 모델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관객들.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패션쇼에서 한 브랜드가 워킹 중인 모델을 향해 관객이 쓰레기를 던지도록 하는 ‘쓰레기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화제다. 이 브랜드는 관객이 던진 쓰레기를 악성 댓글에 비유, ‘악플러’를 비판하려는 취지에서 이 같은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AVAVAV’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베아테 칼손(29)은 지난달 25일 열린 밀라노 패션쇼에서 ‘쓰레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객에게 사전에 바나나와 오렌지 껍질, 콜라 캔, 물병, 구겨진 신문, 날계란 등이 가득 든 바구니를 전달한 뒤 모델들이 워킹을 시작하면 던지도록 한 것이다. 관객들에게는 브랜드명 AVAVAV가 인쇄된 흰색 라텍스 장갑을 제공했다.

모델들의 워킹이 시작되자, 실제로 관객들은 바구니에 든 각종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던지면 던질수록 모델들이 착용한 옷들은 더러워졌고, 런웨이는 난장판이 됐다. 워킹 중 쓰레기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모델도 있었다. 런웨이 양쪽 스크린에는 그간 AVAVAV 브랜드에 달린 악성 댓글이 띄워졌다. “이건 패션이 아니다” “AVAVAV는 너무 과대평가됐다” 등이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관객들도 쇼가 끝날 때 쯤에는 모두 공격적으로 쓰레기를 던졌다.

관객이 던진 쓰레기를 밟고 넘어지는 모델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쓰레기로 얼룩진 옷과 난장판된 런웨이 모습. /AVAVAV 인스타그램

AVAVAV 디자이너는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악성 댓글을 비난하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한다. 쓰레기를 악성 댓글에, 관객을 네티즌에, 모델을 악성 댓글을 받는 대상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춤거리던 관객들이 처음에는 눈치를 살피다 결국엔 적극적으로 쓰레기 던지는 행위에 동참하는 모습이 특히 시사점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청중은 처음부터 거기에 쓰레기와 장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참을 합리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동이었다”며 “쇼가 진행될수록 쓰레기 투척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도중에 쓰레기를 다 써 옆에서 쓰레기를 빌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