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의대 교수가 삭발하는 일이 있었다. 서양 언론들은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로부터 ‘저항에 대한 결의’를 뜻하는 한국 삭발 시위가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항의한다는 의미로 삭발하는 관행이 있을까.

2022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오른쪽)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일단 유교 문화의 흔적이 남은 중국엔 한국과 비슷한 삭발 시위가 있다. 중국에선 ‘대머리(无发)’와 ‘무법 상태(无法)’라는 단어가 발음이 ‘우파’로 같아, 정부의 국민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에 삭발이 특히 자주 등장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지도자들이 삭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저항보다는 사죄의 의미로 삭발하는 일이 가끔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걸그룹 가수인 미네기시 미나미가 소속사의 ‘연애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삭발한 후 울면서 사죄했다.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이란에선 여성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머리카락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시위를 했다.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후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시위 현장 등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항의했다. 1000년 전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 서사시 ‘샤나메’의 등장인물인 한 여성이 권력에 의해 부당한 죽음을 당한 가족을 애도하며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에 이런 행동의 뿌리가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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