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고기와 함께 석쇠에 올려 놓고 굽는 모습./조선 DB

매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여는 그리드아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수도 워싱턴 DC에 기반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1885년 출범 당시 회원은 편집국장이나 발행인 등 60여 명이었다. 활동 초기에는 소수의 사교 모임에 가까웠고, 이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풍자와 유머를 섞은 ‘뼈 있는’ 연설로 널리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 클럽은 1970년대 초·중반까지는 백인과 남성 회원만으로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됐다”고 전했다.

‘그리드아이언’이란 단어는 ‘격자 형태’와 ‘쇠’의 합성어로, 고기를 굽는 ‘석쇠’ 또는 석쇠처럼 생긴 ‘미식축구 경기장’ 등의 의미로 쓰인다. 통상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넓은 쇠판은 ‘그릴(grill)’이라고 부르며, 그리드아이언은 보통 손잡이가 있는 작은 형태다. 그리드아이언 클럽의 명칭 역시 기자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자들을 불러다 들들 볶듯 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설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85년 3월 24일 기사에서 ‘그리드아이언에서 들들 볶이다(Grilled on the Gridiron)’란 제목으로 만찬 행사를 다뤘다. 실제 클럽 만찬 초대장에 석쇠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이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권력자들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기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