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처음 만나는 장면.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 유적지에서 놀랍도록 보존 상태가 좋은 벽화 여러 점이 발견됐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돼 선과 색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벽화들은 폼페이에서 가장 긴 도로 중 하나인 비아 디 놀라의 개인주택 연회장에 그려져 있었다. 검게 칠해진 벽 사방에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다룬 그림이 하나씩 새겨진 형태다. 벽면에 석회를 바른 뒤 수분이 마르기 전 채색하는 방식의 프레스코화로, 인류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 기술이 쓰였다.

태양신 아폴론이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에게 구애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벽화들이 발견된 폼페이 연회장. /AP 연합뉴스

벽화 속 장면은 다양했다. 한 그림에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헬레나를 향한 파리스의 유혹은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다. 또 다른 작품에는 태양신 아폴론이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에게 구애하는 모습이 담겼다. 헬레나의 어머니 레다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함께 있는 벽화도 있다.

가브리엘 추흐트리겔 폼페이 고고학공원 소장은 이 작품들이 기원전 15년에서 서기 40~5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연회장 벽을 검게 칠한 건 기름 램프의 그을음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폼페이인은 해가 진 뒤 연회를 위해 모였고 와인을 몇 잔 마신 뒤 깜빡이는 불빛 속에서 그림을 바라봤을 거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레다를 유혹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일부 고고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벽화가 폼페이의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젠나노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도 “폼페이는 발굴 때마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들이 나오기 때문에 놀라움과 감탄을 멈출 수 없는 진정한 보물창고”라고 말했다.

폼페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며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1748년 첫 발굴 작업이 시작됐고, 현재는 과거 도시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고고학 가치가 매우 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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