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사망한 샴쌍둥이 로리와 조지 샤펠. /AP 연합뉴스

여성으로 태어난 샴쌍둥이 중 최고령 생존 기록을 세웠던 로리 샤펠과 조지 샤펠이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신체가 결합한 채 태어나 62년 202일을 살고 세상을 떠난 이들은 2003년 숨진 러시아의 마샤·다샤 크리보실랴포바 자매가 가진 여성 샴쌍둥이 최고령 생존 기록(53년)보다 9년을 더 살았다.

샴쌍둥이는 같은 유전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같은 성별로 태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숨진 두 사람의 공식 명칭은 ‘자매’가 아닌 ‘남매’다. 원래 ‘도리’라는 이름을 가졌던 쌍둥이 중 한 명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남성이라고 밝히면서 2007년 ‘조지’로 개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별도의 성전환 수술은 진행되지 않았다.

샴쌍둥이는 20만 명 중 1명꼴로 태어난다. 임신 중 절반이 사산되며, 생존한다고 해도 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태어났을 당시 의료진 등은 ‘오래 살아봐야 서른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예측 수명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기간을 생존한 것이다. 세계 최고령 샴쌍둥이 생존 기록은 2020년 68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로니·도니 갈리온 형제가 갖고 있다.

로리와 조지 샤펠은 1961년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 리딩에서 두개골이 부분적으로 융합된 형태로 태어나 필수 혈관과 뇌의 30%를 공유하며 살았다. NBC는 “이들은 샴쌍둥이의 여러 형태 중 가장 희귀한 케이스로 약 2~6%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머리 아래로는 분리된 형태였으며, 로리는 신체 움직임에 제약이 없었으나 조지는 척추 이분증으로 걸을 수 없었다. 그는 로리가 밀어주는 휠체어식 의자에 앉아 생활했다고 한다.

둘은 한 몸으로 평생 살면서도 각자의 삶을 최대한 존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는 아마추어 볼링 선수로 활약했으며, 조지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공연하는 컨트리 가수로 활동했다. 로리는 볼링을 칠 당시 공을 굴리는 동시에 한 손으로 조지의 휠체어를 밀며 나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도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했다. 각자의 침실을 갖고 번갈아 사용했고, 샤워를 할 때도 한 사람이 샤워 커튼 안에서 몸을 씻는 동안 다른 사람은 욕조 밖에서 기다리는 방식으로 교대했다.

두 사람은 분리 수술을 받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니요’라고 답했다. 조지는 1997년 출연했던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따로 떼어놓는다고요? 절대 원하지 않아요. 고장 나지도 않은 것을 왜 고치려 들죠?” 2007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남자 이름으로 개명한 조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소년으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너무 힘들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거짓말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한 몸을 공유하는 형태로 태어나는 샴쌍둥이는 두개골이 융합된 형태, 가슴 아래로 융합돼 심장을 공유하는 형태, 하체만 공유하는 형태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1811년 태국의 옛 이름인 시암에서 몸이 붙은 형태로 태어난 창과 앵 벙커 형제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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