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정부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5일 암살 시도로 추정되는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된 로베르트 피초(60) 슬로바키아 총리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토마스 타라바 슬로바키아 부총리는 이날 밤 “현재 피초 총리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병원 치료가 잘 진행되었다고 믿는다”고 했다. 현지 언론 ‘악투알리티(aktuality)’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피초 총리가 수술을 받았고,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피초 총리는 이날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180㎞ 떨어진 마을 핸들로바에서 정부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초 총리는 복부와 가슴에 5발의 총상을 입었으며, 이 중 한 발이 복부를 관통해 출혈이 상당했다고 한다. 응급 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4시간 동안 응급 수술을 받은 후 현재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상태(induced coma)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로베르토 피초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현장에서 붙잡혀 바닥에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현지 언론은 현장에서 체포된 총격 용의자가 슬로바키아 국적의 71세 남성 J.C 브란이라고 보도했다. 슬로바키아 남부 레비체 출신인 브란은 시집 3권을 출간한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회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8년 전 레비체 지역에서 ‘폭력 반대 운동’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이력도 있다. 브란의 아들은 악투알리티에 “아버지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버지가 무엇을 계획했고 의도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브란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으며, 브란의 정치 성향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버지는 피초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마투스 수타지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용의자는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피초 총리는 부패 사건을 수사해온 국립범죄청(NACA)을 지난 3월 폐지한 데 이어 정부를 비판해온 슬로바키아 공영방송(RTVS)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반(反)민주주의적 행보를 보여왔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15일은 슬로바키아 의회가 정부가 제출한 RTVS 폐지안 논의에 착수한 날이었다.

슬로바키아는 1918년 건국된 공산국가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였지만,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일으킨 ‘벨벳 혁명’이 성공한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단일 정부 구성 협의에 실패하자 1993년 1월 1일 분리독립했다. 1998년 주린다 총리 시절부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등 친(親)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그러나 과거 언론·야권 인사 탄압 논란 등으로 총리직을 사임했던 피초 총리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해 다시 집권한 이후 노골적인 친러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피초 총리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발표하고 유럽의 또다른 친러파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함께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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