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와 20대 학생들이 보그를 만들어 마시는 모습. /틱톡, 엑스(X·옛 트위터)

미국 대학가에서 유행한 신종 폭탄주 ‘보그’(BORG)가 10대 고교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술과 물, 음료, 첨가제 등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현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시작된 문화다.

CNN은 20일(현지시각) ‘보그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보그 문화는 대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고등학생인 버지니아(18)의 인터뷰를 전했다. 버지니아는 “졸업반 수영장 파티에서 모두가 자신만의 보그를 만들었다”며 “보그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계량 없이 보드카를 쏟아붓는다. 그 누구도 자신이 마실 양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보그는 ‘정신을 잃게 하는 분노의 갤런’(Blackout Rage Gallons)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최소 1갤런(약 3.8ℓ) 이상이 들어가는 플라스틱 통에 보드카 같은 독한 술과 음료수, 물 등을 섞고 맛을 내는 첨가제를 기호에 맞게 더해 섞으면 완성된다. 보통 일일 권장 알코올 섭취량보다 17배가량 많은 술이 들어간다고 한다. 통 겉면에는 개성 있는 자신만의 글귀를 써 이름을 붙인다.

이 문화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했다. 주로 다양한 보그를 제조하는 모습, 보그를 한꺼번에 들이키는 모습, 보그를 마시고 취해 잠이 든 모습 등이 담긴 콘텐츠다. 작년에는 매사추세츠 대학 야외 파티에서 이른바 ‘보그 챌린지’가 열렸다가, 과음한 학생 여러 명이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구급차 28대가 동시에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스탠포드대 정신의학 및 중독의학 교수인 안나 렘키 박사는 “보그에는 너무 많은 알코올이 들어있어서 하나만 마셔도 생명을 위협하는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또 다른 위험이 있는데, 이런 일탈 행동이 소셜미디어로 퍼져 정상화된다는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프 스타일 잡지 ‘질레니얼 진’ 편집장인 사브리나 그라말디는 “보그는 정글주스의 새로운 버전”이라며 “대형 음료 통이나 싱크대, 심지어 욕조에서 정글주스를 만들어 나눠 마시는 역겨운 유행 대신 각자 개인의 음료를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그는 당신을 극도로 취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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