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치바현 나리타시에 마련된 시바견 '카보스'의 추모 공간을 찾은 사람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모델로 인기몰이했던 시바견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일본의 작은 마을에 수백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지난 26일 오후 지바현의 마을 고즈노모리의 꽃집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반듯이 누운 시바견 ‘가보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림프종 등 지병을 앓다 이틀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에 일본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팬들이 찾은 것이다. 가보스는 18세로 사람으로 치면 아흔 살에 가까웠다.

추모객들을 맞은 가보스의 주인 사토 아쓰코는 “대만이나 한국 등 해외에서 온 방문객도 많아 감동했다”면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은 가보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였고, 나도 덩달아 가장 행복한 주인”이라고 했다. 그는 가을쯤 가보스의 동상이 있는 지역 공원에서 정식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보스는 유기견으로 떠돌다 보호소로 보내져 살처분될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지금의 주인을 만나 완전히 다른 ‘견생’을 살게 됐다. 특히 주인이 2010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단숨에 온라인 스타가 됐다. 곁눈질하는 표정이 귀여우면서도 웃음을 유발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를 장난스럽게 부르는 단어인 ‘도지(Doge)’ 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고, 수많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만들어졌다.

지난 26일 일본 지바현 나리타시에 차려진 시바견 가보스의 추모 공간을 찾은 사람들. ‘도지코인’의 모델로 사랑받아 온 가보스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팬이 모였다. /EPA 연합뉴스

이후 2013년 발행된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모델로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껑충 뛰었다. 도지코인 운영 업체 측이 소정의 초상권료를 지급하고 코인 로고에 가보스의 사진을 등장시킨 것이다. 트위터(현 X)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기존 파랑새 모양이던 트위터(현 엑스) 로고를 별안간 가보스의 얼굴로 바꾸자 도지코인 가격이 치솟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외의 유명 소셜미디어 스타들이 가보스를 만나러 일본을 찾기도 했고, 작년엔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했다.

가보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도지코인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도 “우리의 친구이자 영감을 주는 가보스가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고 애도를 표했다. 가보스의 주인은 갑작스러운 인기로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2021년 가보스의 가장 유명한 사진을 NFT(대체 불가능 토큰) 형식으로 자선 경매에 출품해 받은 낙찰금 4억7000만엔(약 40억7000만원) 전액을 남수단의 초등학교 설립 비용으로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시바견 카보스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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