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1조3800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2심 법원 판결이 30일 나왔다.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규모는 지금껏 한국에서 없었기에 ‘세기의 이혼재판’이라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재벌보다 훨씬 재산 규모가 큰 해외 갑부들의 이혼은 어땠을까. 수십·수백조원의 규모에 육박하는 재산 분할이 이뤄진 ‘세기의 이혼’ 사례들을 찾아봤다.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빌 게이츠 /AP 연합뉴스

◇빌 게이츠·멀린다 게이츠: 760억달러(약 105조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그의 전 아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2021년 8월 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재산 분할에 대해선 아무런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혼 당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순자산은 약 152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들이 이혼을 접수한 워싱턴주 법원은 이혼시 재산분할 비율 5대 5 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멀린다 게이츠도 재산을 절반인 760억달러 가까이 받아갈 것이란 추측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혼 직후 재산 분할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멀린다에게 넘긴 게이츠가 부호 순위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빌과 멀린다는 1987년 교제를 시작해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2000년 세계 최대 규모인 민간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해 이혼 후에도 공동 운영했지만, 지난 5월 멀린다가 공동의장직을 내려놓았다. 멀린다는 공동의장을 사임하며 퇴직금 개념으로 125억 달러(약 17조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뉴욕타임스·CNN 등이 전했다.

제프 베이조스와 메켄지 스콧/AP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매켄지 스콧: 380억달러(약 52조4000억원)

빌 게이츠 이전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인물은 2019년 이혼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다. 25년간 결혼 생활을 한 아내 매켄지 스콧에게 357억달러(약 40조원) 가치의 아마존 지분 25%와 위자료를 주고 합의 이혼했다. 스콧이 받은 돈은 모두 383억달러(약 43조원)로 이혼 재산 분할액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베이조스는 2017년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탈환했는데,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로도 200조원 규모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혼 당시 전처 스콧도 단숨에 세계 18위 부호에 올라 화제가 됐다.

당시 베이조스의 이혼 사유는 그의 불륜 때문이란 점이 즉각 알려졌다. 베이조스와 내연 관계였던 폭스 TV 앵커 출신 로런 샌체즈는 베이조스 이혼 직후 남편과 이혼했고, 두 사람은 지금도 연인 관계를 유지 중이다. 반면 스콧은 재산의 절반은 기부한 뒤 자녀가 다니던 중학교의 과학 교사와 재혼했지만, 1년만에 다시 이혼했다.

(왼쪽부터)일론 머스크, 니콜 섀너핸, 세르게이 브린

◇세르게이 브린·니콜 섀너핸: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구글 공동 창업자로 19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세계 7위 부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니콜 섀너핸과 이혼했다. 이미 한 번 이혼의 경험이 있는 브린은 2018년 두번째 결혼을 시작했지만, 5년도 채 못 가 이혼 도장을 찍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섀너핸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변호사이자 기업인으로, 현재 미국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맡고 있다.

브린의 경우 앞선 두 사람과는 이혼에 이르게 된 사연이 다르다. 이유를 명확히 공개하진 않았지만, 섀너핸 쪽이 불륜을 저질러 이혼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브린과 섀너핸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와 딸의 육아 문제로 2021년 가을부터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중 2021년 12월 마이애미 행사에서 섀너핸이 머스크와 만나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혼이 누구의 잘못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이들의 재산 분할과 변호사 비용 등은 결혼 전에 합의했던 내용에 따라 이뤄졌다. 다만 그 합의 내용이 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이혼 이후 섀너핸의 재산이 최소 3억6000만달러(약 5000억원), 최대 10억달러(1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섀너핸은 현재 케네디 캠프에 1500만 달러(약 207억 원) 가량을 쏟아부으며 대선 레이스에 열중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오른쪽)과 그의 전처 엘렌 노르데그린/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엘렌 노르데그린: 7억5000만달러(약 9700억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2010년 이혼으로 전처 엘린 노르데그린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놓아야 했다. 우즈의 지속적인 외도가 문제가 됐다. 2009년 말 우즈가 플로리다 올랜도 자택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낸 것이 계기가 돼 부부의 불화가 드러난 뒤, 우즈를 둘러싼 각종 성 추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혼에 이르게 됐다.

당사자들에 의해 공개된 사실은 아니지만, 당시 최정상의 스포츠 스타였던 우즈는 전처에게 약 7억 5000만 달러의 재산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 사이 ‘이혼 계약’에는 지난 결혼 생활, 우즈의 불륜에 대해서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서약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우즈의 공개된 순자산이 약 10억 달러 정도였기 때문에, 전처의 입을 막기 위해 우즈가 재산의 75%를 내걸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4년 전 결정된 이 금액은 아직도 스포츠 스타의 이혼 재산 분할 중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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