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24년 5월 30일 몰도바 치시나우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 시각)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행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정책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도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타격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최근 수세에 몰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 제한 해제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책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은 지켰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장려한 적이 없고, 우크라이나는 결국 자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를 위해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 직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현재 러시아 타격 불허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여태껏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적절한 지원을 해왔다”고만 했다.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변화는 서방 동맹국들이 잇따라 무기 사용 제한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을 비롯해 핀란드, 캐나다, 폴란드도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옌스 스톨렌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할지 숙고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공식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의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더라도 무기 사용 범위와 방법을 엄격하게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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