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부채춤을 한국의 전통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모습. /세서미 스트리트 인스타그램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부채춤이 소개되면서, 중국이 부채춤이 자국의 전통 무용이라는 주장을 펼친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어린이 교육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최근 부채춤을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설명란에는 “부채춤은 한국의 문화”라는 첨언이 구체적으로 달렸다. 영상에서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와 어린이는 부채를 든 채 팔을 살랑거리며 열심히 춤을 췄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의 공영방송 PBS 산하 기관 세서미 워크샵에서 제작 중인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1969년 첫 방영 이후 전 세계 140개국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같은 영상에 국내 네티즌들은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부채춤이라니” “세서미에서 부채춤을 보게될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 등 반갑다는 댓글을 남겼다.

온라인상에선 그간 중국이 부채춤을 자국의 전통춤이란 주장을 펼치며 문화 공정을 이어간 사례와 대조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오랜만에 우리나라 걸 우리나라 거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등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세계적인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부채춤을 소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부채춤’을 검색하면 “한족, 하니족, 조선족 등의 민족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각자 다른 특징을 형성한 중국 민간 전통 무용 형식 중 하나”라는 결과가 나온다. 바이두는 부채춤을 “조선족 전통 무속에서 유래한 것으로 후에 공연적인 춤으로 발전했다”며 “조선족 특유의 리듬과 함축적이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내면 정서, 곡선적인 율동, 자유로운 퍼포먼스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1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에서 무용수들이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2020년 중국 인기 댄스 예능프로그램 ‘저취시가무’에선 출연진 가운데 한 팀이 한복과 비슷한 의상을 입고 부채춤을 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국 유명 프로그램에서 한국 문화가 중국 것인 양 소개되면서, 세계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연수 문화평론가는 “동북공정은 중국과 한국이 싸우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전 세계가 이걸 얼마나 받아들여주느냐의 싸움”이라며 “예능이나 이렇게 자연스러운 데에서 (한국 문화가 중국 거라고) 강조하는 게 더 무섭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채춤은 신무용계열에 속하는 창작무용으로 무용가 김백용이 1954년 서울 무대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부채를 들고 춤추는 형식 자체는 다른 나라 민족 무용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부채춤은 말 그대로 부채를 펴고 접고 돌리고 뿌리는 기교 자체가 춤사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