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아시아 최대 IT박람회 '컴퓨텍스 2024' 개막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여러 차례 대만을 국가로 칭했지만 중국 언론은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대만 문제를 건드렸는데도 첨단 AI(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차질을 우려해 엔비디아의 수장을 적으로 돌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젠슨 황은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나 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대만계 미국인이다.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국제 컴퓨터쇼 ‘컴퓨텍스 2024′ 참석을 위해 지난달 26일 대만에 방문했다.

젠슨 황은 지난달 30일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파트너사 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AI(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대만이 가장 중요한 국가(country)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컴퓨텍스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일에는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체육관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대만과 우리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강조하고, 세계 지도에서 대만과 중국을 다른 색으로 표시해 화면에 띄웠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에서 대만을 중국과 분리된 국가로 지칭하는 것은 최대 금기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5일까지도 젠슨 황의 대만 발언을 모른 척 하고 있다. 과거 서방 기업이 온라인 주문 시스템에서 대만을 국가 카테고리에 넣거나 대만이 포함되지 않은 중국 지도를 사용하면 중국 매체들이 즉각적인 비난 공세를 퍼부었던 것과 상반된다. 일부 중국 매체는 젠슨 황의 대만 관련 발언을 ‘중국 대만’으로 바꿔 소개하기도 했다. 한 기술 전문지는 지난 3일 ‘젠슨 황, 중국 대만이 새로운 과학기술 시대의 리더라고 전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젠슨 황이 중국 대만의 공급망을 칭찬했다”고 썼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 경제 매체를 중심으로 황 CEO의 연설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대만은 중요한 국가’ 등 그들 입장에서 민감한 발언은 제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침묵은 젠슨 황을 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I 기술 개발·응용에서 핵심적인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수장을 ‘독립분자’라 낙인 찍으면 향후 자가당착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도 여러 차례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중국 언론이 이를 최소한으로 다룬 전례가 있다.

중국인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한 네티즌이 젠슨 황의 대만 발언을 언급하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제재하고, 불매 운동을 벌이자”라고 하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고, 최첨단 제품은 중국에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무슨 불매 운동이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 중국 전용 AI 칩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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