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파키스탄 총리, 브라질 부통령과 만나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인도 견제’ 파트너이고, 브라질은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의 일원이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맹주를 자처하며 우호 세력 규합에 나선 모습이다. 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의 개발도상국을 뜻하는 글로벌 사우스는 자원과 인구를 무기로 세계 경제·외교에서 최근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만나 “중국과 파키스탄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서로 돕는 좋은 동반자, 희로애락을 나누는 좋은 형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파키스탄의 주권·영토 수호, 발전 노선 추구, 테러리즘 대응 등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정의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리프 총리는 회담에서 “파키스탄은 중국과 수준 높은 일대일로 협력을 계속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인도를 견제하고 인도양으로 나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의 숙적(宿敵)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군사 지원을 지속해왔다. 양국은 2013년부터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이어지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에 도로, 철도, 발전소, 항만, 경제 특구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600억달러 규모 사업도 함께하는 중이다. 파키스탄은 명실상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핵심 협력국이며 양국은 같은 배에 탔다는 의미의 ‘전천후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다.

시 주석은 이날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과 만나서도 양자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브라질 수교 50주년을 강조하면서 “양국은 좋은 친구이자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좋은 파트너”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적 분야는 물론 녹색 경제, 디지털 경제, 혁신 등 신흥 분야 협력도 강화하자”면서 “개발도상국 가운데 대국인 양국의 관계 발전은 개도국 간 연대·협력과 세계 평화 안정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우키밍 부통령은 “더 많은 중국 기업의 브라질 투자를 환영한다”며 “인프라 건설, 농업, 광물, 신에너지차,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아우키밍 부통령은 제7차 중국·브라질 고위급 조정협력위원회 참석차 중국을 찾았다.

주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시 주석이 아우키밍 부통령과 별도의 자리를 만든 것은 브라질에 대한 우호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의 브라질은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나라다. 세계 1위 곡물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브라질산 수입을 늘리며 경제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 또한 브릭스의 일원으로서 중국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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