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에서 소셜미디어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미성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캐시호컬 뉴욕주지사(왼쪽).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장 폭넓게 보장되고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뉴욕주(州)에서 소셜미디어가 알고리즘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추천 게시물을 제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페이스북·유튜브·틱톡 등의 소셜미디어가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보여줘 청소년들을 중독시키고 정신 건강을 해칠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비슷한 법을 추진하는 등 미 전역에서 소셜미디어의 폐해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하려는 대책이 나오고 있다.

뉴욕주는 지난 7일 부모의 동의가 없을 경우 소셜미디어가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에 따른 중독성 있는 콘텐츠 제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뉴욕주 법무부가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수립하고 난 후 180일 뒤에 발효된다. CNN은 “뉴욕은 소셜미디어가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을 사용해 피드(게시물)를 보여주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킨 미국 최초의 주가 됐다”고 전했다. 이 법안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미성년자에게 ‘추천 게시물’에 대한 알림을 보내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뉴욕은 중독성 있는 소셜미디어 콘텐츠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약탈적인 기업으로부터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을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만약 소셜미디어 운영사가 법을 어길 경우 주 법무부는 해당 기업에 건당 최대 5000달러(약 69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 장관은 “우리 아이들이 정신 건강 위기에 처한 사이 소셜미디어는 (소셜미디어 중독이라는) 전염병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만약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미성년자들이 아예 피드 등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고리즘이 골라서 보여주는 콘텐츠가 아닌, 시간순으로 표시되는 게시물을 볼 수 있게 된다.

뉴욕주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미성년자 보호에 나선 것은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가 지나치게 중독성이 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컨대 미성년자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게시물을 자주 보면 이 이용자의 기호를 컴퓨터가 분석해 스위프트와 관련된 콘텐츠가 우선으로 보인다. 단순히 시간순으로 게시물을 보여주는 방식보다 관심을 더 잡아두고 소셜미디어에 매몰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뉴욕주는 법안에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를 한 콘텐츠뿐 아니라, 특정 내용의 미디어를 얼마나 오래 보는지 등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행동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라고 정의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뉴욕주의 법안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구글·메타(페이스북 운영사) 등 빅테크 기업을 회원사로 두는 비영리 단체 ‘테크: NYC’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나이 인증을 어떻게 할지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가 나이를 확인하는 과정에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등 또 다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욕주는 소셜미디어가 게시물을 보여주는 방식을 규제하는 것일 뿐 게시물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기 때문에 수정헌법 1조 위반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뉴욕주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등 미 전역에서는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사실상 뉴욕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지난달 주 상원을 통과했다. 조지아주에서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때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 루이지애나·오하이오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만들어졌다. 플로리다주에선 14세 미만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 3월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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