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어둠에 가두고 잔혹한 통제와 핵무기로 외부세계의 빛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어둠은 빛을 파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시킬 뿐입니다.”

12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자 회의장에 모인 다른 14개 안보리 이사국 관계자들이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이날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하는 안보리 공식 회의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에 열렸다. 이 회의는 2014~2017년 매년 개최됐지만 이후 열리지 않다가 지난해 6년 만에 재개됐다. 한국은 6월 안보리 의장국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집착과 전체주의적 통제의 근본원인은 정권의 생존에 있고 북한의 안보 불안은 실질적인 외부 위협이나 ‘정당한 안보 우려’가 아닌 가족 숭배 왕조라는 체제 자체의 결함에서 기인한다”면서 “핵과 인권문제를 함께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은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잘못된 정책과 조치가 김정은 정권의 입지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억압은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 대사는 “북한은 1인당 소득이 1500달러도 되지 않는 최저개발국가로 인구의 절반가량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북한 정권은 민생을 돌아보지 않고 주민들의 입과 눈을 막으며 핵개발, 해커 양성, 지배층의 사치품 구매 등으로 물적·인적 자원을 탕진하고 있다”면서 “강제노동은 정권유지 및 불법적 무기개발의 자금 통로”라고 했다.

황 대사는 이처럼 문제 있는 북한인권상황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어야 하며 국제사회도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핵과 인권침해는 함께 달리는 쌍두마차와 같은 것”이라면서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개발도 멈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국제평화안보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안보리 규칙에 따라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지만 이날 참석 요청을 하지 않았다.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57개 회원국과 유럽연합이 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황준국 유앤주재 한국대사가 대표로 발표문을 읽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회의 시작 전 유엔 회원국 57개국 및 유럽연합은 공동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장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각국 대표부 관계자들이 모여 지지 의사를 밝혔다. 황 대사는 회원국을 대표해 읽은 발표문에서 “북한은 표현과 이동의 자유 제약, 집단 처벌, 자의적 구금, 고문과 공개처형 등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 납북자, 억류자, 전쟁포로 불송환 등 체계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증진하고 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행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안건 채택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회의 개최에 이의를 제기하며 절차투표가 이뤄졌다. 절차투표를 한 결과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이 찬성해 안건으로 공식 채택됐다. 북한 관련 절차 투표에서 나온 역대 찬성표 중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2014년 11개국 찬성이 최다 기록). 중국과 러시아가 안건 채택을 반대했고, 모잠비크가 기권 의사를 표했다. 절차투표로 9개국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회의가 시작되며,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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