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지난 8일(현지시각) 풀려난 안드레이 코즈로프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당했다가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8개월 동안 납치범들에게 거의 매일 학대당했다”며 악몽 같았던 시간을 털어놨다.

13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8일 이스라엘군 작전으로 구출된 안드레이 코즈로프(27)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당시 인질로 붙잡혔다. 그는 원래 러시아 출신으로 약 2년 전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납치 당일은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마스 대원들을 마주했고 가자지구로 끌려가 8개월간 감금돼 있었다.

코즈로프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이스라엘군을 암살단으로 오해했다고 한다. 수개월간 지속된 하마스의 심리적 학대 때문이었다. 코즈로프의 아버지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은 인질들이 자국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모두 죽이려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고 아들도 무서워했다”며 “그래서 이스라엘군이 구하러 왔을 때도 자신을 죽이러 온 줄 알고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는 아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 벌을 줬다”며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코즈로프를 담요로 덮어 더위 속에서 탈수증상을 일으키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물리적인 학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매우 사소한 일로 처벌했다고 했다.

앞선 구출 작전에서는 코즈로프를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4명이 풀려났다. 이들의 치료를 담당한 의사 이타이 페사흐는 “억류 기간 거의 매일 구타를 당하고 음식과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매시간 신체적·정신적으로 다른 유형의 학대를 받았는데, 이는 이해 범위를 벗어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모두 영양실조 상태다. 단백질 섭취를 못 해 근육이 극도로 쇠약해졌고 그로 인해 다른 체계에도 손상이 생겼다”며 “심리적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를 겪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제한된 공간에서 태양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겹치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할 때 약 250명이 가자지구로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휴전 기간에 풀려났고 남은 130여 명 중 최소 40명이 숨진 것으로 이스라엘은 추정하고 있다. 유엔과 이스라엘은 인질들이 성적 학대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최근에는 감금 도중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다는 이스라엘 여성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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