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은 13일 먹는 피임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성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도록 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로이터 뉴스1

현재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13일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 제한 요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낙태 반대 단체 및 의사들에게 소송 자격이 없다는 기술적인 것이지만, 관련된 향후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22년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나온 낙태 관련 연방대법원의 첫 판단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먹는 피임약에 대한 접근권과 관련되어 있었다. 미페프리스톤은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먹는 낙태약이다. 현재 미국 내 낙태의 절반 이상이 미페프리스톤 등 약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FDA가 2016년과 2021년에 일반인이 원격 진료와 우편을 통해 낙태약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하자 이에 반대하는 단체 등에서 문제 삼았다. 낙태약에 쉽게 접근하게 되면서 더 많은 낙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2022년 11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낙태 반대론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약의 허가를 취소했고, 상급심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연방항소법원은 ‘허가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 약의 사용조건을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고 제한하고 원격 처방을 금지했다. 이에 미 법무부와 제약업체가 상고했고 이날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번 판결이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전역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 때문이다. 2022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낙태 허용 여부를 주(州)별로 판단하게 한 것이다. 주에 따라서 허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낙태약 사용을 제한하는 판단이 내려지면 미 전역에서 약을 사려는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파급력이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판결문을 쓴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원고들이 선택적 낙태와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의 완화된 규제 등에 대해 진지한 법적, 도덕적, 이념적, 정책적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캐버노는 “규제 절차에서 대통령과 FDA에, 입법 절차에서 의회와 대통령에게 우려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정치 및 선거 과정을 포함해 동료 시민들에게 낙태와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법원에서 해결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여성들은 현행대로 임신 7주가 아닌 10주 이내에 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법원은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FDA의 결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소송을 제기한 낙태 반대 단체 등이 FDA의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법적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단 이후에도 낙태와 관련한 논란이 미국에서 계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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