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태국 방콕에서 '결혼 평등 법안'의 상원 통과를 축하하는 커플이 '결혼 평등, 사랑이 승리한다'고 쓰인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同性) 결혼을 합법화했다. 19일 CNN·로이터 등에 따르면 태국 상원은 ‘결혼 평등 법안’을 재적 152명 중 찬성 130명, 반대 4명, 기권 18명으로 가결시켰다. 태국은 성소수자에게 포용적인 국가로 꼽히지만 동성 부부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종전 결혼 관련 법률의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 등 표현을 ‘두 개인’ ‘배우자’ 같은 성(性) 중립적 단어로 바꿔 동성 간 결혼까지 법적 혼인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개인은 18세 이상이 되면 배우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고, 동성 부부도 상속이나 세금 공제, 입양 등의 권리를 기존 이성 부부와 동일하게 갖게 된다. 법안은 국왕의 승인 이후 120일 안에 발효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올해 말쯤 태국에서 첫 법적 동성 부부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는 동남아시아에서 첫 번째, 아시아 전체에서는 2019년 대만, 2023년 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CNN은 “미얀마, 브루나이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편견, 심지어 폭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국은 예외적”이라며 “동남아시아에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렸다. 태국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지난 2006~2007년 헌법의 차별 금지 조항에 ‘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태국은 이후 전 세계적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세계 최대 규모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에서 성소수자에게 가장 포용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2020년 태국 헌법재판소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전진당(MFP), 프아타이당 등 주요 정당들이 성소수자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프아타이당 소속 세타 타위신 총리는 이달 초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셔츠를 입고 방콕에서 열린 프라이드 먼스 축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타위신 총리는 법안 통과 이후 소셜미디어에 “결혼 평등 법안의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것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사회적 권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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