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일을 시키지 않은 채 급여만 줬다며 소송에 나선 로렌스(오른쪽)과 변호사. /라 데페쉬

프랑스의 한 여성이 20년간 일을 시키지 않은 채 월급만 줬다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그간 일을 시키지 않은 건 교묘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차별이라는 것이다.

18일(현지 시각) 르파리지앵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통신사 ‘오랑쥬’(구 프랑스 텔레콤)의 직원 로렌스 판 바센호브는 최근 회사와 임원 4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유는 ‘건강 상태와 관련된 직장에서의 도덕적 괴롭힘 및 차별’로, 지난 20년간 일을 시키지 않은 채 월급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선천성 편마비(신체 한쪽이 마비되는 증상)를 앓는 로렌스는 1993년 오랑쥬에 입사, 비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현재 사명인 오랑쥬가 프랑스 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로렌스는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근무지에서는 로렌스에게 휴직과 병가를 부여한 후 장애를 이유로 2004년 은퇴를 제안했다.

로렌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회사는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그리곤 20년간 로렌스에게 어떤 업무도 부여하지 않은 채 급여만 지급했다. 급여명세서도 꼬박꼬박 나왔다.

로렌스 측은 이 같은 사측의 행동이 자신의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교묘한 괴롭힘이자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로렌스 변호사 데이비드 나베 마틴은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일은 존엄성의 문제”라며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인정을 받고,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업무를 전혀 주지 않는 방식으로 로렌스를 회사에서 배제하려고 했다. 그리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급여를 지급했다”고 했다.

다만 오랑쥬 측은 “그간 로렌스가 최상의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했다”고 반박했다. 오랑쥬는 “회사는 로렌스에게 보수 100%와 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의료 및 사회적 지원 혜택도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은 로렌스가 적응할 수 있을 만한 위치에서 업무 재개를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로렌스가 정기적으로 병가를 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