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시는 시민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시스

절친하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돈을 갹출해 모으는 한국의 계모임 문화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조명했다.

NYT는 18일(현지시각) “한국인들이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는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계모임을 소개했다. 매체는 계모임을 소리나는 그대로 ‘gyemoim’이라고 적고 ‘저축 그룹’(saving group)으로 번역했다.

NYT는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휴가와 식사, 기타 사교 활동을 위해 저축하는 계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계모임을 구성하면 친구나 가족이 여행 비용을 균등하게 나눠 낼 수 있어 개인 예산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실제 친구들과 계모임 중인 한국인 김모(32)씨와 이모(35)씨의 사례도 소개했다.

전직 교사이자 주부인 김씨는 10년째 친구들과 계모임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작년에 부산의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가 계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을 거다.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친구들이 그것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영어학원 조교로 일하는 이씨도 고교 친구들과 매달 5만원씩 모으는 계모임을 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놀려고 모였는데 모두 일을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그래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에서 계모임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 문화의 특성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커피숍에 가서 가방, 노트북, 신용카드와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화장실에 가도 된다. (돌아왔을 때) 그 물건이 다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신은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계모임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모임은 아니다”라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런 관행은 금융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마을에서 돈을 모으고, 물품을 구입하고, 수확물을 나누던 것에서 사람들이 우정을 굳건히 유지하고 공동체를 단결시키는 수단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성격이 계모임 유지 특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오래 알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을 경우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거다. 그러면 당사자는 지역사회에서 배척될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NYT는 또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모임에 최적화된 캐시백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모임원 초대 기능이나 회비 현황 확인 기능 등을 제공한다.

다만 NYT은 “한국 사회에서 계모임을 잘 작동하게 해 주는 문화적 전통이 서구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 (계모임과 같은) 공동 자금 운용은 (미국에선) 약간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