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을 저격하는 내용을 담은 곡을 부르기 직전, 자신을 욕하고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이들을 비판했다.

스위프트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에라스 투어 공연을 했다. 8만8000여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꽉 채웠다. 윌리엄 왕세자와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등 로열패밀리와 스위프트의 남자친구인 미 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배우 니컬라 코클런 등 유명 인사들도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대에 오른 스위프트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다. 이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다”라며 “모두 팬 여러분들 덕이다. 여러분이 나와 내 크루를 위해 해준 행동은 정말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원한 덕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정말 감동했다”라며 “평생 감사히 생각하겠다”고 했다.

스위프트의 다음 말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안티(어떠한 대상에 대해 반대하고 공격하는 집단 또는 사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누군가가 나를 욕할(talk shit) 때마다, 나는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그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라며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스위프트는 말을 마친 뒤 자신의 새 앨범에 수록된 곡 ‘땡큐 에이미(thanK you alMee)’를 불렀다. 이 때문에 직전에 그가 한 말이 카다시안 등 자신의 ‘헤이터’(남을 비방하는 사람)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땡큐 에이미’ ‘카다시안 저격곡’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 제목에 대문자로 표현된 글자만 읽으면 카다시안의 이름인 킴(KIM)이 되는데다, 두 사람이 유명한 앙숙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노래에는 “네가 펀치를 날리는 동안 난 뭔가를 만들고 있어” “피가 쏟아질 때 밤하늘에 ‘F–k you, 에이미’라고 소리를 질러” “네가 나를 치유하게 한 방식을 잊을 수 없어” 등의 가사가 담겼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왼쪽), 방송인 킴 카다시안. /스위프트, 카다시안 SNS

스위프트와 카다시안의 오랜 불화는 2016년 시작됐다. 당시 카다시안의 남편이었던 래퍼 카니예 웨스트(현재 이름 ‘예’)는 신곡 ‘Famous’에 “스위프트와 관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그X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라는 성희롱성 가사를 넣었다. 이에 대해 스위프트가 문제를 제기하자 웨스트는 “본인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카다시안은 스위프트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보이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남편을 두둔했다.

이후 스위프트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며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통화 녹음 원본 파일이 공개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카다시안이 공개한 녹음은 짜깁기로 편집된 것이었으며, 스위프트가 가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스위프트는 당시에 큰 충격을 받고 칩거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직업적 죽음’으로 비유하면서 “심리적으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을 겪어내야만 했다. 외국으로 이사했고, 1년 동안 임대 주택을 떠나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를 활용해 훌륭한 곡들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극복해나갔다. 그는 명성을 얻은 뒤 따라온 괴로움을 ‘평판’이라는 뜻의 앨범 ‘레퓨테이션’(Reputation)을 만들며 해소하거나, 웨스트와 카다시안이 자신을 ‘뱀’이라고 부르며 비방하자 되레 뱀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키며 논란을 밟고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