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수도 라파스의 대통령궁에 진입하는 쿠데타 시도가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볼리비아 국민들은 이번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스스로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는 다시 한번 볼리비아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쿠데타 시도를 허용할 수 없다”며 “볼리비아 국민 만세! 민주주의 만세!”라고 선언했다. 이에 장관들은 왼쪽 주먹을 허공에 내밀며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 만세!”라고 화답했다.
앞서 볼리비아 정부 지도자들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쿠데타 시도 움직임을 공개했다. 볼리비아 부통령은 “우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한 쿠데타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무장관은 “일부 군부대가 민주주의, 평화, 국가 안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했다. 아르세 대통령 역시 일부 군인들의 비정상적인 동원을 인정한 후 “민주주의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썼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도로를 막아 달라”고 촉구하며 전날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에게 책임을 돌렸다.
합참의장이었던 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겨냥, 최근 민감한 정치적 언사를 몇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수니가 장군은 현지 취재진에 “우리는 군을 향한 (모랄레스의) 모욕적 언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군은 무너진 조국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로 2019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아르세 대통령 당선 후 다시 볼리비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날 오후 복면을 쓴 군인들이 강제 진입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쿠데타 위험성이 커졌다. 현지 매체 티엠포스는 볼리비아 군 수장의 말을 인용해 “아르세가 ‘당분간’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취임식 전날, 영국에서 교육받은 경제학자인 아르세 대통령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볼리비아의 민주주의를 되찾았고, 우리의 메시지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떤 종류의 독재 정권이나 쿠데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웃 라틴 아메리카의 지도자들은 쿠데타 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파라과이의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 대표는 “볼리비아의 합법적인 헌정 질서에 대한 어떤 종류의 파열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은 “아르세 대통령과 그의 국민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파시즘은 안 된다”며 “어떻게 감히 21세기에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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