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으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군 핵심 지도부는 “무너진 조국을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일촉즉발 상황으로 끌고 가다가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 강경 대응 천명과 시민들의 반발 움직임 등에 결국 회군했다.

26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군은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한 후 장갑차로 대통령궁(정부청사) 건물 입구를 부쉈다.

현지 TV 매체는 탱크 두 대와 군복을 입은 여러 명의 남성이 청사 밖을 지키는 모습을 중계했다. 얼마 후 군대와 장갑차가 철수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무리요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아르세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무리요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다. 이어 지지자들은 볼리비아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군복을 더럽히고, 헌법을 공격하는 군대에 의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한 후 “볼리비아 국민은 항상 민주주의를 원한다. 유감스럽게도 역사를 반복하는 나쁜 군대의 태도를 개탄한다”고 했다.

다비드 초케환카 볼리비아 부통령은 “볼리비아 국민은 다시는 쿠데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쿠데타 시도는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명령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의장이었던 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민감한 정치적 언사를 몇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지만, 쿠데타로 2019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아르세 대통령 당선 후 다시 볼리비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수니가 장군은 현지 취재진에 “우리는 군을 향한 (모랄레스의) 모욕적 언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군은 무너진 조국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 시도 전날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수니가 장군이 ‘팽’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력을 동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아르세 대통령은 청사 안에서 수니가 장군과 대면하고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요구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장관들과 함께한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은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 지휘부 3명을 즉각 교체했다. 볼리비아의 신임 군 총장은 수도에 있는 군부대에 병영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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