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법안 반대 시위가 벌어진 다음날인 26일 케냐 나이로비 시내 모습. /연합뉴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26일 케냐에서 전국적인 유혈 시위를 불러일으킨 증세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증세에 반대하는) 케냐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이를 받아들인다”며 “국회를 통과한 관련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해당 법은 폐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증세 대신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도 밝혔다. “폭력 시위는 반역 행위”라던 기존 입장에서 급격히 선회,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케냐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겪어 왔다. 2013년부터 중국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사업)에 참여하면서 국가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탓이다.

이를 해소하려 작년과 올해 잇따라 세금 인상에 나섰다가 경제난에 시달려 온 국민의 분노만 불렀다. 지난달 수도 나이로비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달 들어 전국으로 확산됐고, 총파업이 벌어진 25일엔 경찰이 의회에 몰려든 시위대에 발포, 사상자가 속출했다. 현재까지 정부 집계 6명, 시민 단체 집계 23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루토 대통령의 증세 철회에도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위대는 “루토 대통령이 시위 사망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27일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평화 시위’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