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외교의 기본 틀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개발도상국을 모아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영원한 개발도상국’을 주장하는 중국이 미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식’에서 “(5원칙 발표) 70년이 지난 오늘날 ‘어떤 세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중대 과제 앞에서 중국은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이란 시대적 답안을 내놨다”면서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의 이념과 평화공존 5원칙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중국이 1950년대 이후 중국 외교의 틀로 삼았던 평화공존 5원칙과 같은 선상에서 ‘시진핑표 대외 전략’인 인류 운명 공동체를 거론한 것이 주목된다.

평화공존 5원칙은 70년 전 국력이 약했던 중국이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 내세웠다. 영토·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호혜, 평화적 공존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인류 운명 공동체는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자리 잡은 2012년 11월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제18차 전인대에서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항해 주변국과 개발도상국을 끌어들여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2015년 시진핑의 유엔총회 연설에 등장했고, 2018년 3월에는 중국 헌법에도 들어갔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글로벌 안보·발전·문명 이니셔티브 등도 인류 운명 공동체와 맥을 같이한다.

시진핑은 개발도상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8대 조치’도 밝혔다. 글로벌사우스 연구 센터 설립, 평화공존 5원칙 장학금 1000명 지급, 10만개의 중국 연수 기회 제공 등이다. 또 2030년까지 중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8조달러(약 1경1000조원) 이상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내놨다. 시진핑은 “세상 일은 각국이 상의하면서 처리해야 하고, 누구 팔이 굵다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 법이 없다”면서 “소그룹을 만들고 장벽을 세우는 일, 디커플링(분리)·공급망 단절은 역사 흐름을 거스른 행동”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나라가 강해졌다고 패권을 취하려는 삐뚤어진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반도를 거론하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시진핑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한반도,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세계 평화의 희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리창(서열 2위) 중국 총리, 차이치(서열 5위)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외교부장(장관), 리수레이 중앙선전부장 등이 자리했다. 외빈으로는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테인 세인 미얀마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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