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한 농촌에서 올리브 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로이터 뉴스1

다음 달부터 그리스에서 주 6일 근무가 부분 시행된다. 주말·야간·공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제조·서비스 업체 등이 대상이다. 기존 그리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었는데, 주 6일 근무가 적용되는 기업은 주 48시간까지 늘어난다. 6일 근무하는 직원은 초과근무 날 40%의 추가 수당을 받고, 그날이 공휴일인 경우 75%의 보너스까지 추가로 받는다.

이 같은 그리스의 행보는 최근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이웃 국가들이 주 4일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등 근무시간을 더 줄이려는 경향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웃 국가들과는 달리, 여전히 열악한 환경인 그리스 노동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목적이라는 게 이 법을 통과시킨 집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의 설명이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파 정당인 신민당은 2019·2023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단독으로 정부를 이끌고 있다.

2009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는 이후 10년간 이어진 구제금융 기간 험난한 구조 조정을 겪었고, 구제금융을 거부하는 급진 좌파 정당 시리자가 집권하는 등 정치적 혼란도 이어졌다. 여전히 구제금융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리스에선 근로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그리스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이미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주당 41시간으로 집계됐다. EU 국가 중 1위다. 반면 월 최저임금은 830유로(약 123만원)로 EU 27국 중 12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소득은 EU 평균보다 33% 낮은 26위였다.

더구나 근로시간 준수에 대한 노동 당국의 감시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상당수 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미신고 노동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 6일제 도입으로 이미 대가 없이 초과 노동을 하던 근로자들은 보수를 받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인력난에 시달리던 회사 입장에서는 고숙련 인력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리스에서 주 6일 근무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제금융을 진행했던 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기관들은 그리스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주 6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이 같은 요구가 지나친 ‘갑질’이라는 것이 그리스 사회의 주된 의견이었기에 그리스 정부는 이를 거부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강력한 긴축·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신민당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 총선에서 집권당에 프리미엄을 주는 그리스의 독특한 정치 제도가 이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된다. 그리스 선거에서는 1당이 40%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면 50석을 추가로 배정, 과반 의석을 차지해 정국을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민당도 지난해 총선에서 약 41%의 득표로 과반 의석(300석 중 158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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