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항서 감독이 작년 2월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박항서(67)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도 대표팀 감독에 지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다만 박 감독 측은 차기 행선지 후보 중 하나로 인도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아직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27일(현지 시각) 인도축구협회(AIFF)가 인도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박 감독을 포함해 214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다음달 3일까지 지원자를 받은 후 본격적인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매체는 AIFF 한 관계자를 인용해 “박 감독의 지원은 좋은 징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위권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박 감독의 기록은 부러울 정도”라며 “그는 스릴 넘치는 역습 축구로 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했다.

AIFF는 지도자 모집 공고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지도자 경력을 갖춘 감독’ ‘A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누빈 경험이 있는 감독’ 등의 조건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감독은 이를 모두 충족한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박 감독은 이번 감독직 지원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명”이라며 “AIFF는 박 감독의 높은 연봉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박 감독 측은 현재까진 확정된 건 없으며, 지원서도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214명 명단은 ‘자천타천’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이며, 박 감독은 팬 등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29일 “박 감독은 인도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접 지원했는지와 별개로 박 감독이 지도자로서 도전을 이어 나갈 무대를 찾는 과정에서 인도를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디제이매니지먼트는 전했다.

한편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작년 1월까지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같은 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했다.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도 6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영웅’이라고 평가받는다. 박 감독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현지 국영 TV를 통해 방영되는가 하면, 외국인 감독 중 처음으로 베트남 정부가 수여하는 2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작년 베트남 대표팀과의 동행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에는 현지 국영 항공사로부터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항공편의 비즈니스석을 평생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