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중국 다롄시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사무국이 성희롱과 성차별, 인종차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세계 유력 인사들이 모여 글로벌 정치·경제 현안과 각종 사회문제를 논하는 WEF가 정작 내부 문제는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의혹 제기는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 ‘다보스 이면의 유해한(toxic) 직장을 고발한다’에서 시작됐다. WSJ는 80여 명의 전·현직 직원과 포럼 내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고결한 세계경제포럼이 여성과 흑인 차별로 비난에 직면했다”고 썼다.

폭로는 슈바프 회장에게 집중됐다. WSJ는 2017년 직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임신하자 슈바프 회장이 “임신하면 예전처럼 성과를 낼 수 없다”며 그를 쫓아낸 일화가 사무국에 널리 퍼졌다고 했다. WSJ에 따르면 사무국 직원 최소 6명이 임신·출산 후 자리가 사라졌거나 경력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50세가 넘은 직원은 모두 내보내라는 슈바프 회장의 지시를 거부했던 인사 담당자가 해고된 일도 있었다. WSJ는 파올로 갈로 당시 인사부서장이 “해고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성추문에도 휩싸였다. 2000년대 제네바에서 슈바프와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여성은 “슈바프는 당시 내가 앉아 있던 책상에 발을 올리고 내 얼굴에 자신의 사타구니를 들이밀며 ‘(당신이) 하와이 의상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밀했다”고 했다. 슈바프의 개인 비서였던 직원도 “‘(슈바프의 추파에) 성적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딱 잘라 거절해야 했다”고 했다.

다른 간부들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 직원들은 일부 간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흑인 직원을 현장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N워드(흑인 비하 속어)’로 지칭했다고 증언했다.

WEF의 창립자이자 1971년부터 53년간 집행위원장을 지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내부 논란이 계속되자 이미 지난 5월 21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연내에 사임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그러나 비상임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WEF 측 대변인은 “슈바프 회장은 저속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런 일에 연루된 적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