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영국 총리. /AP 연합뉴스

7월 4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영국에서 막바지 선거 레이스가 ‘인종차별’로 얼룩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의 패배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보수 유권자를 흡수하려는 극우 정당이 선을 넘는 ‘무리수’를 던지면서다.

지난달 28일 채널4 방송이 영국개혁당 유세 현장 녹취를 보도한 이후 영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녹취는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가 출마한 클랙턴 지역구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뤄졌다. 앤드류 파커라는 이름의 한 선거운동원이 보수당 소속 리시 수낵 총리를 향해 “빌어먹을 파키(Paki)”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인 수낵 총리의 배경을 조롱한 것이다. ‘파키’는 파키스탄인을 뜻하는 단어로, 영국에서는 남아시아계 이주민을 경멸적으로 부를 때 쓰는 비속어다. 파커는 “영국으로 들어오는 난민들을 신병들의 사격 연습 표적으로 삼자”는 발언도 했다.

녹취가 보도되자 영국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수낵 총리는 “상처받고 분노했다”고 했다. 현재 지지율 1위로 차기 총리가 유력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크게 충격받았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패라지 대표는 “파커는 (당원이 아닌) 전문 배우”라며 “완전히 계획된 위장 촬영(녹취)”이라며 “개혁당을 약화시키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4년 동안 집권해온 여당인 영국 보수당은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실정(失政)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 결과 양당 격차는 노동당 41%, 보수당 20%로 노동당 지지율이 배가 넘었다. 보수당이 밀리자 극우 성향인 개혁당이 이탈한 보수 유권자를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 유세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개혁당은 지난 몇 주간 상승세를 보여왔고, 최근엔 보수당을 1~3%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개혁당은 (인종차별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보수당의 패배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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