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AP 연합뉴스

현재 유럽에서 극우 성향 정당의 제도권 진입을 가장 안정적으로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당은 이탈리아의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다. 조르자 멜로니(47) 총리가 이끌고 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정당 중 1위를 차지하며 이탈리아 유권자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같은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정권 교체 위기에 몰린 상황과 대조적이다. 유럽의회 내에서도 중도파 및 극우파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으며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10월 취임 당시 멜로니는 서방 언론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한 이탈리아’를 표방하며 반(反)이민·반유럽연합(EU) 등을 내세워 지지세를 모았고,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 기존 극우 성향의 유럽 지도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당시엔 서유럽 자유 진영 국가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집권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멜로니 취임이 EU의 분열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멜로니는 집권 후 예상을 깨고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며 다른 EU 국가들과 노선을 함께했다. 취임 당시 내세웠던 ‘반EU’ 공약을 ‘EU 개혁’으로 한발 물리며 “EU 주류 보수와 극우 진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EU 국가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실제로 멜로니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EU의 500억유로(약 75조원) 지원안에 반대하는 오르반 총리를 설득해 이 지원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멜로니가 FdI의 정체성을 대표해온 극우 성향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민자·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수정하지 않고 여전히 완고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사안에 따라 극우와 중도 보수를 오갈 수 있는 정치적 유연성을 성공적으로 넓혀놨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멜로니가 같은 여성이자 극우로 분류되는 정치인인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와 손잡고 유럽의회에서 세를 불릴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멜로니는 1일 이탈리아 아든크로노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RN의 프랑스 1차 총선 승리를 축하하며 “이탈리아에서도 좌파에 투표하지 않는 사람을 악마화하고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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