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유기견 안락사를 도입하려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AFP 연합뉴스

튀르키예는 본래 ‘떠돌이 개와 길고양이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이 나라 국민들은 길거리 동물들을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만큼이나 잘 먹이고 돌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튀르키예에서 최근 때 아닌 ‘떠돌이 개 안락사’ 논쟁이 한창이다. 주인 없는 떠돌이 개가 너무 늘어나 관리가 어렵게 되자, 정부와 여당이 그 해결책으로 안락사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아서다.

튀르키예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최근 떠돌이 개들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동물 권리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거리를 떠도는 개들을 포획해서 씻기고 소독한 뒤 유기견 센터에서 관리하면서 입양 공고를 내되, 30일 안에 개를 입양하는 곳이 없으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이 개정 법안을 내놓은 이유는 떠돌이 개의 수가 갈수록 너무 늘어나 감당하기 어렵고, 그만큼 개에게 물려 죽고 다치거나, 돌아다니는 개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이들이 늘어나서다.

튀르키예에는 떠돌이 개가 현재 약 400만 마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의 3대 도시 이즈미르의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광견병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다. 이 나라의 광견병 위험 접촉자 수는 2018~2022년 27만명가량에서 작년 44만여 명이 돼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떠돌이 개로 인한 각종 문제가 커지자, 튀르키예 정부와 여당은 개를 포획하고 소독한 뒤 불임 시술을 해 다시 길거리로 돌려 보내는 기존 정책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안락사를 허용하는 개정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문제는 반대 목소리다. 해당 개정법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 수천명이 이스탄불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의 강아지 사진이 붙은 플래카드를 들고 “동물 학살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일각에선 튀르키예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길거리 동물 생존권에 관심이 많은 이유를 이들의 민족 뿌리에서 찾는다. 동물에게 영혼이 있어 해쳐서는 안 된다고 믿는 고대 튀르크족의 종교적 풍습이 아직 남아 있어서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튀르키예가 해당 개정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독일이나 스페인 같은 나라에선 불가피한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동물 안락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떠돌이 개에게 물려 시민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한 해 23만건에 육박하자, 작년 7월 사람을 공격하는 유기 동물에 한해 각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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