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에 내려가기 전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 2021년 퓰리처상 수상자인 에반 부치가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유세 현장에서 피격당한 직후 찍힌 사진 한 장이 대선 구도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귀에 총을 맞아 얼굴에 피가 흘러내리는 트럼프가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오른손으로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는 사진이다. 결연하고 굳센 표정의 트럼프 뒤에는 배경으로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다. 트럼프가 사고 직후 무대에서 물러나기 직전 찍힌 것이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고전적인 피라미드형 삼각 구도로 찍힌 이 사진은 트럼프와 그의 선거 구호인 매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를 위해 연출된 듯 영웅적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공유하는 사진이기도 하다. 특히 이 사진이 노쇠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지와 더욱 대비돼, 중도층 표심을 트럼프로 옮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 올해의 사진’을 맡아둔 듯한 이 사진은 퓰리처상 수상자인 에반 부치 AP 기자가 찍었다. 부치는 2003년부터 AP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 사진기자다. 지금은 백악관을 비롯한 정치 분야 사진 취재를 맡고 있다. 부치는 이 사진을 13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뒤 무대에서 물러나면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라는 건조한 사진 설명을 덧붙였다.

부치의 대표작으로는 2008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기자가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던 ‘신발 투척’ 사진이 꼽힌다. 퓰리처상은 백인 경찰의 과도한 진압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반발해 워싱턴 DC에서 일어난 시위를 찍은 사진으로 받았다. 2020년 5월 미네소타주에서 플로이드가 사망한 후 전국적으로 번진 흑인 인권 시위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은 소중하다)’을 담은 대표적인 사진으로 꼽힌다.

AP의 사진기자 에반 부치의 2021년 퓰리처 수상 사진.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장면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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