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선수. /AFP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소속 공격수 황희찬(28)이 연습 경기 도중 상대 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상대 팀 구단은 되레 울버햄프턴 측이 과잉 반응했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황희찬이 직접 “인종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희찬은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문으로 올린 글에서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 그 어떤 부분에서도 참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희찬은 상대 팀인 코모 1907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을 당시 자신을 배려해준 구단 측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황희찬은 “사건이 벌어진 뒤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들이 나에게 ‘네가 원하면 경기장을 떠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내 상태가 괜찮은지 계속 점검했다”며 “다시 한번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황희찬은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경기를 계속 뛰겠다고 했고,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했다”며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같은 황희찬의 글은 코모 1907 측이 인종차별 논란을 부정하는 내용의 성명을 올린 직후 올라왔다.

15일(현지 시각) 울버햄프턴과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와의 연습경기에서 황희찬(오른쪽 빨간원 안)에게 인종차별을 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다니엘 포덴세(왼쪽 빨간원 안)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사진은 주심이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울버햄프턴 X(옛 트위터)

앞서 지난 15일 스페인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황희찬은 후반 23분 코모 1907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당시 울버햄프턴 측은 황희찬을 적극 보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격분한 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당했고,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은 황희찬에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체크했다. 황희찬은 이 같은 팀의 지지 속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울버햄프턴은 경기가 끝난 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겼지만 황희찬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면서 승리가 무색해졌다”고 했다.

다만 코모 1907은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코모 1907은 “우리 선수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폄하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이 사건을 너무 과장되게 보이게 만들어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황희찬을 ‘차니’라고 불렀기에 코모 선수도 황희찬을 ‘재키 찬’이라고 했을 뿐이란 취지로 해명했다.

재키 찬은 홍콩 출신 유명 액션 영화배우로, 국내에는 성룡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재키 찬’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시에 있는 한 스무디 매장에서 직원이 한국인에게 ‘재키 찬’이라고 적힌 영수증을 건넸다가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