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외 도피 중국 재벌 궈원구이(오른쪽)가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과 끌어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해온 해외 도피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미국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한때 중국 갑부 순위 73위에 올랐던 궈원구이는 2015년 반부패 조사를 피해 미국으로 달아난 뒤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겨냥한 폭로를 계속해왔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약 7주간 진행된 재판에서 궈원구이에게 적용된 12개 혐의 중 공갈 모의, 주식 사기, 자금 세탁 등 9개가 유죄라고 평결했다. 형량 선고는 오는 11월 19일 내려지는데, 수십 년의 징역형까지 예상된다. 앞서 궈원구이는 지난해 3월 전 세계 수천 명의 온라인 추종자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체포된 뒤 기소됐다.

미 검찰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2018~2023년 소셜미디어 팔로어 등에게 가상화폐 상장 등에 동참하면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며 최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모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 정부에 대항하는 데 쓰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치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개인 사치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뉴욕 남부지검 데이미언 윌리엄스 검사는 평결 후 성명에서 “수천 명이 궈원구이가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희생당했다”고 했다.

1967년 중국 산둥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궈원구이는 중졸 학력으로 부동산 회사 ‘정취안’을 일궈 중국 갑부 순위 73위까지 올랐다. 2015년 자신을 겨냥한 반부패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뒤 유튜브·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지도부에 대한 폭로를 이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 일가의 부정 축재설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도 가까운 사이다. 중국 정부는 ‘눈엣가시’인 그에 대해 뇌물, 납치, 사기, 돈세탁, 성폭행 등 19가지 범죄 혐의로 인터폴 적색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그가 미국에서 사기에 가까운 행각을 벌이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한다는 의혹 역시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6800만달러(약 940억원)짜리 펜트하우스를 구입했고, 붉은색 람보르기니 자동차, 대형 요트 등을 사들였다. 2017년 초에는 플로리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리조트인 마러라고의 클럽 회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