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가운데)이 EU집행위원장으로 재선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위원장에게 그의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6)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인준 투표를 통과해 연임을 확정지었다. 유럽의회 재적 총 720명의 의원 중 401명이 그의 연임에 찬성하면서 인준에 필요한 과반(361명)을 크게 넘겼다. 반대는 284명, 기권은 15명이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2029년까지 5년 간의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201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EU 집행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유리 천장을 깬 데 이어, 첫 여성 재선 집행위원장이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날 무난히 재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은 데다, 유럽 안팎의 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강했다.

여기에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약진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유럽의회 내 중도파가 대오 이탈 없이 단결, 폰데어라이엔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이날 얻은 401표는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의 188석과 EPP와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의 136석, 또 중도 자유당그룹(Renew)의 77석을 합한 것과 딱 떨어지는 수다. 폰데어라이엔은 EPP에 속해 있다.

그는 이날 인준 투표 전 연설을 통해 두 번째 임기 동안 유럽의 산업 경쟁력과 국방 분야 육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이 가해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기존의 기후·환경 보호 목표는 계속 유지하면서 규제보다는 유럽 내 기업 보호 및 육성에 보다 방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폰데어라이엔은 1958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 국적의 EU 공무원이었다. 태생부터 EU와 인연이 있었던 셈이다. 브뤼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고등학교를 본국인 독일에서 다닌 뒤 런던 정경대(LSE)에서 공부해 독일어와 프랑스어, 영어에 모두 능통하다. 1986년 귀족 가문 출신의 동료 의사와 결혼해 슬하에 7남매를 두고 있다.

본래 직업은 의사다. 1987년 독일 하노버 의대를 졸업했다. 2003년 니더작센 주정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 2005년에는 중앙 정계로 진출해 가족청소년부 장관과 노동사회부 장관 등을 지냈고, 2013년부터 EU 집행위원장이 된 2019년까지는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 장관으로 재임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기독민주당(CDU)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취임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거래’로 EU 집행위원장이 됐다는 시각이 파다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며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전쟁 초반부터 대(對)러 제재,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추진 등 집행위의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해 러시아에 강력 대응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도 주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집행위원장은 이 집행위의 최고위 책임자이자, EU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로 평가된다. EU 정상회의의 상임의장과 함께 EU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한다. 1958년 EU 집행위원회가 처음 생긴 이후 지난 66년간 연임에 성공한 인물은 자크 들로르와 조제 마누엘 바호주 등 두 명뿐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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