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캔버라의 한 상점 단말기 화면에 블루스크린이 뜬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곳곳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글로벌 IT 대란’이 발생했다. MS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서버와 PC에 일명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 오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수퍼마켓과 응급실까지 문을 닫는 등 그야말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유럽, 호주,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항 전산망이 멈춰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주요 언론사 방송이 중단되고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기관 전산망까지 망가지면서 입출금과 결제가 불가능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 뉴델리의 델리 국제 공항에서 한 승객이 먹통이 된 안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특히 공항 업계의 피해는 상당한데 전 세계 공항 수십 곳이 항공편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공항에선 직원들이 탑승객 명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 체크인하는 진풍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 분석 업체 ‘시리움’(Cirium)은 이날 예정됐던 전 세계 상업용 항공편 11만 편 중 최소 1390편이 취소됐고 앞으로 더 많은 결항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를 본 MS 사용자 대다수는 단말기에 블루스크린이 뜨는 경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별다른 전조 증상 없이 PC 화면 등에 ‘치명적인 오류 발생’ 등의 문구가 등장하고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현상이다. 이는 식당이나 상점 등의 결제 시스템까지 먹통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주에서는 계산대에 뜬 블루스크린 탓에 수퍼마켓과 주유소 등이 문을 닫는 상황이 이어졌다. 상당수 상점은 문 앞에 “IT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안내 문구를 써 붙였다. 유럽에선 병동까지 문을 닫았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일부 기관도 의료 기록 저장·예약에 사용되는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다고 했다.

호주 캔버라의 한 상점 유리창에 'IT 문제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이번 대란의 원인으로는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이 지목되고 있다. 이 업체는 MS 사용 서버나 PC에 클라우드(애저·Azure) 방식으로 보안 플랫폼을 제공 중이다. 업데이트를 마친 보안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MS 윈도와 충돌하면서 이번 오류를 발생시켰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IT 중단 사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트로이 헌트는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우리가 Y2K에 대해 우려했던 일이 이번에 실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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