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전회)’에서 ‘안보’와 ‘과학기술’이라는 중국의 쌍두(雙頭)마차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중국 지도부인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364명이 참석해 중국의 경제 방향을 모색한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총서기)이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위기, 고용난 등 당면 과제보다 국가 안보 강화와 미국 봉쇄에 맞선 기술 돌파 등 ‘초(超)장기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무게 중심을 ‘경제 건설’에서 ‘안보·기술 확보’로 옮기면서 경제 반등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3중전회 공보(公報)에서는 ‘발전과 안보’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국가 안보 체제를 더욱 수호하며, 고품질발전과 높은 수준의 안보가 서로 건전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5000자(字) 분량의 공보에서 ‘안보’는 16회, 첨단 산업 중심의 경제 발전을 뜻하는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은 5회, 고품질발전의 수단인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産力]’은 2회 언급됐다. 시진핑의 치국 목표인 ‘중국식 현대화’는 시장(13회)·개방(12회)보다 많은 22회 언급됐다. 중국식 현대화는 미국 등 서방과 다른 방식으로 선진국 수준의 발전 단계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3중전회 결과에 따라 중국은 기술 돌파와 안보 확보를 위해 신품질생산력 발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시진핑이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첨단 기술 기반으로 생산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신(新)기술·장비·연구 성과 등을 이용한 제조업, 생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미국의 기술 봉쇄를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시진핑의 싱크탱크 격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이 출간한 동명의 책에서는 신품질생산력의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 의약(바이오), 전기차, 상업우주, 디지털경제, 로봇, 첨단 전자기기 등을 언급했다. 책에서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신품질생산력은 경제 안보와 국방 안보까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신품질생산력을 뒷받침하는 두 기둥으로는 ‘인재’와 ‘금융’을 강조하는데, 중국의 교육 부문과 금융 부문에서 대규모 개혁이 계속될 것을 시사한다. 이날 공보에서는 “교육, 과학기술, 인재는 중국식 현대화의 기초적이고 전략적인 기둥”이라면서 “교육의 종합적 개혁을 심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정, 금융 등 중점 분야 개혁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거시 정책의 방향이 일치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인재와 돈이 첨단 기술을 위해 쓰이도록 틀을 잡겠다는 뜻이다.

국가 안보 확보를 위한 방향도 제시됐다. 공보에서는 “여론 지도를 강화해야 하고, 이념[意識形態]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해소하며, 외부 위협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가 안보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국방과 군대 개혁을 지속적으로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당면한 경제 과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 통과된 문건 제목은 ‘진일보한 전면 심화 개혁,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대한 결정’으로, ‘진일보’는 대규모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2013년 3중전회에서는 시장이 자원 배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 회의에선 ‘더 잘 작동해야 한다’고 축소 언급했다. 다만 부동산, 지방정부 부채, 중소 은행 등 위기를 맞은 분야에 대한 대책 마련과 재정, 금융, 농촌 토지 제도, 사회보장제도, 고용 등에 대한 개혁이 언급됐다. 외국인 투자 촉진과 해외투자 관리 시스템 개혁도 심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개혁 목표 달성 시점을 시진핑의 집권 3기 이후인 ‘2029년’으로 제시한 것도 주목된다. 공보는 “2029년 중국 건립 80주년까지 개혁 임무를 마치고, 2035년에는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구축한다”고 했다. 시진핑이 10년 전 3중전회를 열었을 때는 공보에서 이 같은 목표 달성 시점이 언급되지 않았다.

또 지난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게재한 1만자(字) 분량 특집 기사 ‘개혁가 시진핑’이 17일 중국 인터넷에서 삭제된 것도 이례적이다. 시진핑을 개혁·개방의 창시자 덩샤오핑을 잇는 개혁가로 묘사한 기사가 삭제된 것을 두고 중화권 언론들은 “시장화 개혁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시진핑이 불편하게 여겼을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의 신임을 받아 급속 승진했다가 지난해 7월 낙마한 친강 전 외교부장(장관)은 3중전회에서 ‘조용한 퇴장’을 확정했다. 공보는 그의 중앙위원(서열 상위 205명) 사직 신청이 수용됐다고 하면서 ‘동지’라는 칭호도 붙였다. 반면, 이번 회의에서는 리상푸 전 국방부장(장관)과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 등에 대한 당적 박탈 처분을 추인해 이들이 사법 절차를 밟게 됐다.

☞신품질생산력

자원과 인력을 대량 투입해 성장을 이뤘던 기존 방식을 탈피, 첨단 기술 기반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중국의 전략. 미래 산업과 생산에 기여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술 봉쇄를 타파하는 일거양득을 노린다. 지난해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하얼빈 ‘신시대 동북 지역 진흥 촉진 좌담회’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올해 3중전회에서 국가 슬로건으로 전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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