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의 아동복과 오프화이트 키즈 라인. 아동복 시장이 저출산으로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고가의 명품 아동복은 이전보다 잘 팔리는 추세다. /몽클레르·오프화이트

저출산 사태로 아기 울음소리는 듣기 힘들어졌지만 국내 고가(高價) 아동복 시장 매출은 늘어나는 현상을 외신이 짚었다. 외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인들은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자신은 하지 못하는 걸 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김모(38)씨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녀들에게 사치품을 입히는 한국 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씨는 최근 4살 딸에게 78만원짜리 티파니 목걸이를, 18개월 된 작은 딸을 위해서는 38만원짜리 골든구스 신발을 구입했다. 김씨는 FT에 “결혼식이나 생일파티 등 외출할 때 아이들이 초라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이 옷과 신발을 신고 편안하게 뛰어놀 수 있다면 가격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밖에도 아이들을 위해 몽클레르 재킷과 셔츠, 버버리 드레스와 바지, 펜디 가운과 신발 등 여러 명품 옷을 구매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사업가 엄모씨는 어릴 때부터 조부모에게 선물받아 명품에 익숙해진 17세 딸을 걱정했다. 최근 딸은 생일선물로 아식스와 마크제이콥스가 협업한 80만원짜리 운동화를 받았다. 엄씨는 “아이가 명품에 너무 익숙해져 나중에 직업을 갖고 직접 돈을 벌 때 이런 사치스러운 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매체는 세계은행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이 출산율 ‘꼴찌’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인들이 점점 부유해지면서 적은 숫자의 자손을 위해 사치품에 돈을 쓰고 있다”고 짚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3대 명품 아동복 시장 중 하나다. 지난 5년간 중국과 터키에 이어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의 뷰티 및 패션 컨설턴트 리사 홍은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명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자녀가 한 명뿐인 가정이 많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 최고급 제품을 선택하고, 첫 명품 소비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 명품업체의 한국지사 대표는 “몽클레르 겨울 재킷은 10대들에게 교복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며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은 눈에 띄고 싶어 한다. 명품은 이를 위해 좋은 도구가 됐다”고 분석했다.

FT는 “비싼 선물을 받고 자랐지만, 높은 집값에 좌절감을 느낀 청년들이 한국의 명품 붐에 합류했다”고 봤다. 명품 브랜드 역시 방탄소년단(BTS)부터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을 앰버서더로 영입해 20대와 30대를 공략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이 등장하는 광고가 젊은 층의 뇌리에 명품 브랜드를 각인시키면서 명품에 대한 갈망을 키웠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명품 쇼핑을 자랑하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부추겼다.

모건스탠리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몽클레르, 보테가 베네타, 버버리 등의 전 세계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게 나오는 구조적인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인들의 명품 선호가 물가 억제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당시 이 총재는 “우리나라처럼 한 브랜드가 유행하면 모든 사람이 다 사는 나라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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