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배우 겸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가 개회식 공연에서 연기하는 모습. /X(옛 트위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연출이 종교 모독과 신체 노출 논란 등에 휘말려 비판받는 가운데, 문제의 장면에 반나체 상태로 등장했던 가수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9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무대에 올랐던 프랑스 배우 겸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벌거벗고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까”라고 반문하며 “나체 상태에서는 총이나 단검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아마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트린느는 공연에서 파란 망사 옷을 걸치긴 했으나 사실상 나체 모습으로 등장해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포즈를 취했다. 이어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하며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다.

이 노래 가사는 인간이 태초에 태어났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 살았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자와 가난뱅이도 없었을 것이며, 날씬한 사람과 뚱뚱한 사람 모두가 똑같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영감받아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카트린느는 “벌거벗은 사람은 무해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시작됐을 때도 그림을 보면 나체의 운동선수들이 그려져 있다. 이 역시 나체로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오늘날의 올림픽에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개회식 공연이 자랑스러웠다며 “이것은 나의 문화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오니소스 분장은 전문가 세 명이 3시간을 공들인 결과물이며 나 역시 전신을 제모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과도한 연출이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지만, 예수 대신 헤일로 왕관을 쓴 여성을 등장시켰고 예수 제자 자리에는 드랙퀸(여장 남자) 여러 명을 세웠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나 전 세계 보수계와 기독교계 반발을 부른 것이다.

게다가 한 남성 출연자의 주요 신체 부위가 반바지 아래로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 카트린느가 부른 가사도 논란이 됐는데, 그는 “완전히 알몸인데 리볼버를 어디에 숨길까?”라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이어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좋은 생각은 아냐”라며 노래를 이어갔다.

대회 개막 후로도 부정적 여론이 계속되자 결국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사과에 나섰다. 조직위 측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종교 단체에 대한 무례함을 보이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개회식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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