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드자 마을에서 7일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2년 7개월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서울 약 절반 크기의 러시아 영토를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시도한 러시아 본토 공격 중 최대 규모다. 러시아의 허를 찔러 전선의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원전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9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부터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대규모 공격을 펼쳐 최대 35㎞가량 진격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군사 매체들은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 정예 기갑 부대와 기계화 보병 여단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며 “우크라이나 포병과 공군이 미사일과 장거리 유도 로켓, 무인기(드론) 공격 등으로 이들을 엄호했다”고 전했다.

그래픽=양진경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목표로 이와 같은 대규모 공격을 가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는 드론을 이용해 원거리 공격을 하거나, 러시아 내 반(反)정부 무장세력을 활용한 게릴라식 공격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엔 서방제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정예군이 참여해 공세를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으로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반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러시아 땅은 최대 350㎢에 달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서울 면적(605㎢)의 약 58%에 달하는 넓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허를 찔렸다”고 지적했다. 인근 하르키우(우크라이나)와 벨고로드(러시아) 사이 국경에 전력이 집중되면서 북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국경도시인 쿠르스크에 대한 방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다.

서방 매체들은 쿠르스크 공격이 갖는 전략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에는 유럽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천연가스관의 측정·통제소가 있다. 또 인근 50여㎞ 반경에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의 러시아군을 북쪽으로 끌어내려는 것 같다”며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장악해 향후 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격에 서방에서 지원받은 최신 무기를 대거 동원했다. 미국과 서방은 당초 서방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지난 5월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격 이후 이를 속속 철회해왔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전달받은 F-16 전투기가 동원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날 “남부 헤르손주 상공에 우크라이나의 F-16이 목격됐다”며 F-16이 최근 전선에 투입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정확한 전황을 밝히지 않은 채 “적을 효과적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영상 연설에서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온 러시아도 같은 것을 느껴봐야 한다”며 “침략자 러시아에 강한 압력을 가할수록 평화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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