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여자부 결승전 도중 브라질과 캐나다 선수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여자부 결승전. 치열한 신경전으로 분위기마저 얼어붙은 그때 경기장에 ‘이 곡’이 흘러나왔다. 고성을 주고받던 선수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었고 관중들은 ‘떼창’을 선보였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의 곡 ‘이매진’(imagine)이었다.

이 명장면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아래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여자부 결승전 브라질과 캐나다의 경기 도중 나왔다. 세트 스코어 1-1로 팽팽하게 맞붙던 두 팀은 3세트를 치르던 중 충돌했다. 아나 파트리시아(브라질)와 브랜디 월커슨(캐나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인 것이다. AP 통신 등 외신이 이 상황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고 전할 정도였다. 심판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캐나다의 브랜디 월커슨이 '이매진'을 듣고 미소를 보이고 있다.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얼굴을 붉히던 양 팀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힌 건 음악이었다. 에펠탑 아래 뮤직박스에 있던 디제이가 ‘이매진’을 선곡했다. 그룹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이 1971년 발표한 ‘이매진’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합이 필요한 순간 단골처럼 소환되곤 하는데, 정치·종교·인종 등 여러 갈등과 차별 속에서 벗어나 세계 평화를 이루자는 올림픽 정신에도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꼽힌다.

전주가 흐르자 선수들은 디제이의 의도를 알아챈 듯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중계 화면엔 심판의 옐로카드 표시가 커다랗게 떴지만 선수들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조금 전 싸움은 털어버리고 정정당당히 다시 시작하자는 표정이었다. 관중들도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큰 목소리로 ‘이매진’을 열창했다.

경기장에 '이매진'이 흘러나오자 관중들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떼창'을 하는 모습.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이날 경기는 브라질이 캐나다를 2대 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월커슨은 “우리는 경기 중 우승을 놓고 다툰다. 하지만 그 뒤엔 사랑과 존경심으로 상대를 대한다. 오늘 브라질과 멋진 경기를 해 영광”이라며 “오해를 풀었고 함께 기념 촬영도 했다”고 말했다. 파트리시아도 “모두가 이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언쟁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경기 후엔 이렇듯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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