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달리고 있는 여자 마라톤 종목 참가 선수들. 맨 앞은 이번 대회 9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스라엘의 로나 쳄타이 선수. /로이터 연합뉴스

11일 막 내린 파리 올림픽은 완벽한 성평등을 추구한 대회답게 마라톤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다. 통상 여자부 경기를 먼저 치른 다음 하이라이트로 폐막일 남자부 경기를 진행했지만, 그 순서까지 맞바꿨다. 이번 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파리 시청에서 출발해 루브르박물관, 콩코르드광장, 에펠탑을 거쳐 베르사유궁을 찍고 파리 시내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

파리의 명소들을 따라 달리는 코스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즐겁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많아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난코스였다고 한다. 왜 굳이 이런 길을 택했을까. 코스 설정에도 성평등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프랑스혁명이 시작된 1789년 여성 7000여 명으로 이뤄진 시위대가 걸었던 ‘여성의 행진’ 코스를 따라 정했다.

당시 아이를 먹일 빵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굶주리던 파리 서민 여성들은 국왕 루이 16세가 베르사유궁에서 호화롭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데 분노했다. 시위대는 왕을 만나기 위해 20㎞ 이상 떨어진 베르사유궁까지 찾아가 “빵을 달라”고 외쳤다. 놀란 루이 16세는 왕실 창고 식량을 나눠주기로 약속했고, 시위대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튀일리궁으로 강제 이송하고 감시했다. 이 사건은 혁명 세력이 승기를 잡은 중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루이 16세 부부는 국외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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