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투척한 날달걀에 에어컨 실외기와 그 주변이 엉망이 된 모습. /아메바뉴스

일본에서 한 50대가 약 4년간 이웃의 에어컨 실외기에 날달걀을 투척한 사건이 알려져 그 배경과 이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아메바뉴스에 따르면, 기후현 가와나베초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단둘이 거주 중인 여성 A씨는 2020년부터 이웃 B(53)씨의 원인 모를 괴롭힘에 시달렸다.

B씨가 A씨를 괴롭힌 방식은 실외기 에어컨에 날달걀을 던지는 것이었다. 날달걀 투척은 매일같이 일어났고, 많으면 하루 20알 이상이 날아왔다. 가끔은 속옷이나 유리컵 등이 던져지기도 했다. A씨가 언론에 제보한 사진에는 실제로 실외기가 달걀 껍데기와 흰자 노른자로 뒤덮여 엉망인 모습이 담겼다. B씨의 행동으로 그간 A씨가 청소와 도배, 방범카메라 설치 등에 지출한 비용만 200만엔(약 184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A씨는 “지금처럼 더운 시기에 실외기에 날달걀 액체가 붙어 사용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B씨가 이런 행동을 하는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점이다. A씨는 “원인을 모른다. 차라리 이유가 뭔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며 “이사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돈도 없고, 여기를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A씨의 이런 사연은 일본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일본 포털 야후 재팬에 올라온 보도에는 댓글이 하루만에 3600개 이상 달렸다. 네티즌들은 “기물손괴죄도 적용해야 한다” “경찰이나 지자체는 4년간 뭘 했나” “이유도 모른 채 이웃에게 이런 일을 당한다고 상상만 해도 정신적으로 힘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A씨 신고로 B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전문가는 B씨가 일종의 피해망상을 앓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세이대 심리학부 후지이 야스시 교수는 “일방적으로 피해 의식을 느끼는 등 본인이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대가 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달걀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지속해서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스스로 던지기도 쉽다. 다른 물건으로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달걀 던지기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후지이 교수는 B씨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후 복지 지원이나 의료 진찰을 제공하는 게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후지이 교수는 “복지 지원이나 의료 상담을 병행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며 “아니면 피해자가 이사를 하거나, 실외기를 둘러싸서 보호하는 등의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