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14일 방콕 정부 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태국 헌법재판소는 세타 총리의 부패 인사 장관 임명 의혹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AFP 연합뉴스

부패한 측근을 장관에 앉혔다는 혐의로 제소됐던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에 대해 14일 헌법재판소가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파 간 이합집산과 세력 다툼 등 혼란 속에서 지난해 8월 취임한 세타 총리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세타는 서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추종하는 프아타이당 소속이다. 앞서 태국 헌법재판소는 지난 7일 원내 1당인 야당 전진당에 대해서도 해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일주일 간격으로 나온 헌재 판결로 태국 정치는 전례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헌재는 이날 세타가 뇌물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던 변호사 피칫 추엔반을 총리실 장관으로 기용한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상원 의원들이 낸 해임 청원을 인용했다. 태국 헌재는 총리 등 고위 공무원의 해임·탄핵 소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결정은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앞서 지난 4월 세타가 피칫을 장관에 임명하자 의회 내에서 반발이 나왔다. 탁신의 측근이기도 한 피칫이 2008년 탁신 부부를 변호하던 중 대법원 관계자에게 200만밧(약 7800만원)을 뇌물로 전달하려다가 발각돼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군부에서 임명된 상원 의원 40명은 세타와 피칫을 모두 해임해 달라고 헌재에 청원했고, 피칫은 자진 사퇴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개인 비위 문제였지만, 태국 정치의 오랜 앙숙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맞잡은 군부와 탁신 세력 간 갈등 재발의 전조로도 읽혔다.

부동산 재벌이기도 한 세타는 당초 총리 후보로 거론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발탁된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과 군부의 영향력 축소 등 파격적 공약을 내걸고 43세의 미국 유학파 피타 림짜른랏을 앞세운 전진당이 원내 1당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자, 위협을 느낀 군부는 전진당을 배제한 집권 연정 구성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프아타이당의 탁신계 세력과 손을 맞잡으면서 세타가 총리에 올랐다. 해외에서 장기 도피 생활을 하던 탁신도 이때쯤 귀국했다.

그런데 총리 취임 8개월 만에 친군부 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돼 세타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면서 군부와 프아타이당 사이에 균열이 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태국 의회는 이르면 오는 16일 차기 총리 선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아타이당은 탁신의 막내딸이자 당대표인 패통탄 친나왓과 차이카셈 니티시리 전 법무부 장관 중 한 명을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총리 인선 과정에서 정파 간 세력 다툼과 합종연횡이 전개돼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동남아시아서 둘째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태국)가 정치적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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