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멕시코시티 박물관 앞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AP 연합뉴스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오는 10월 1일 취임을 앞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인이 차기 정부 요직에 잇따라 여성들을 앉히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장관 후보자 18명 중 9명이 여성으로, 나머지 자리에 모두 남성이 임명된다고 해도 여성이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멕시코는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친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 때문에 ‘마초의 나라’로 알려져 왔다.

셰인바움은 특히 주목도가 높은 요직에 여성들을 잇따라 기용하고 있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열강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핵심 부서로 부상한 환경자원부 장관에는 현재 외교 사령탑인 알리시아 바르세나 외교 장관이 기용됐다. 외교 경험을 살려 국익을 최대화한 ‘자원 외교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역시 중요 부서로 손꼽히는 에너지부에는 멕시코시티시 정부 재무 장관 출신의 루스 엘레나 곤살레스를 장관으로 지명했다. 셰인바움이 멕시코시티 시장을 맡던 시절 시 살림을 총괄하며 신임을 얻은 그는 국영 에너지 기업들의 만성적인 경영 실적 개선 문제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을 맡게 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국가 핵심 산업인 관광 산업을 이끌게 될 관광 장관에는 서른다섯 살 지방 관료인 호세피나 로드리게스 사모라가 파격 임명됐다. 틀락스칼라주 정부의 관광 장관을 맡아 지역 관광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 밖에 멕시코 최초의 여성 치안사령탑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현 안보 장관은 내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장관은 아니지만 주요 고위직에도 여성이 포진하게 됐다. 최근 기록적인 고온에 전력 수요량이 치솟으면서 핵심 부서로 떠오른 차기 연방전력청장 자리에 에밀리아 에스테르 카예하 현 총괄이사를 승진시켰다. 이 기관을 여성이 이끌게 된 건 1930년대 설립된 전력청 역사상 처음이다.

셰인바움은 여러 차례 “여성들의 지지 덕분에 당선됐다”고 언급했고, 6월부터 순차적으로 주요 부처 장관 여성들을 잇따라 지명해 왔다. 그러나 셰인바움의 정치적 아버지 격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을 보좌하는 현 내각 인사 최소 9명이 다음 정부에서도 일하게 되면서 차기 정부 출범 뒤에도 오브라도르가 ‘상왕’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단임제라 오브라도르는 재선에 도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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