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인 프아타이당 대표 패통탄 친나왓. 15일 태국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AFP 연합뉴스

탁신 친나왓(75) 전 총리의 딸 패통탄 친나왓(38) 프아타이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로 내정됐다. 15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프아타이당을 비롯한 집권 연정 소속 정당들은 이날 패통탄을 총리 후보로 세우기로 결정했다. 앞서 전날 태국 헌법재판소는 부패 인사를 장관에 앉힌 혐의로 제소된 세타 타위신 총리를 해임했다. 태국 의회는 16일 표결로 패통탄의 총리 임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명안이 가결되면 패통탄은 2001~2006년 재임한 아버지 탁신, 2011~2014년 내각을 이끈 고모 잉락 친나왓에 이어 탁신 집안에서 배출된 세 번째 총리가 된다. 또 태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패통탄은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2021년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인이다. 태국 최고 명문 대학인 왕립 쭐랄롱꼰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영국 서리(Surrey)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탁신 일가가 주요 주주인 태국 부동산 기업 ‘SC에셋’과 아동 교육 자선단체 ‘타이콤 파운데이션’ 등의 경영에 관여하며 사업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의 선거 운동을 지휘하면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제왕절개 수술로 둘째 아이를 낳고 이틀 만에 선거 유세 현장에 복귀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은 왕실모독죄 개정과 군부 역할 축소 등 파격적 공약을 앞세운 전진당 돌풍에 밀려 원내 1당 등극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전진당의 급부상을 두려워한 군부와 친탁신 세력이 주축인 프아타이당이 전격 손을 맞잡고 새로운 집권 연정을 꾸리면서 패통탄도 태국 정치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서민층에 인기가 높은 탁신가의 혈통이면서도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한 패통탄 체제에서 프아타이당도 기존의 부패 정당 이미지를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패통탄의 아버지인 탁신과 고모 잉락은 공교롭게도 재임 중 군부 세력과 갈등을 벌인 끝에 쿠데타로 물러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패통탄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당초 차기 총리 후보로 차이까셈 니띠시리(76) 전 법무부 장관이 유력했지만, 고령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패통탄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