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가 제법 지났지만, 더위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그래도 날씨가 좀 선선해지지 않았어?”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요. 저는 아직도 너무 더워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이제는 하다하다 날씨까지 우리를 가스라이팅하네”라는 엉뚱한 반발심이 들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세뇌의 효과가 이렇게 큰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한테 매우 긍정적인 세뇌도 분명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국제 뉴스 가스라이팅’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이번 주도 여러분의 뇌리에 깊게 박힐 중요한 세계 소식들,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러시아 땅에 '우크라 깃발' - 11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인근 구에보 마을을 점령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고 있다. 지난 6일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까지 이 지역 마을 28곳을 점령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분노의 역습…러시아 본토 침공 기습 작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어느덧 900일이 지났습니다. 전황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는데요. 쳐들어온 러시아군을 쫓아내고 땅을 되찾는 데만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던 우크라이나가, 말을 바꿔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격하는 ‘역습 작전’을 펼쳤습니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일 뿐 아니라요, 러시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것 자체가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기습 작전에 러시아 군은 속수무책 당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둔 이번 작전인데요. 그런데 이거, 잘 한 작전인지 아닌지를 두고 분석이 좀 엇갈립니다. 우크라이나는 기존에 있던 러시아와의 동부 전선도 잘 지키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어차피 다시 금방 수복될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 땅으로 진격한 게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우크라이나의 기습 작전에 러시아가 허를 찔린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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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딸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대표가 15일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프아타이당을 비롯한 태국 집권 연정 소속 정당들은 패통탄 대표를 차기 총리 후보로 세우기로 결정했다. /AP 연합뉴스

◇태국, 다시 탁신家 집권…막내딸 패통탄 신임 총리에

태국 정치 뉴스를 전해 드릴 때마다 느끼지만, 이곳은 정말 다이내믹합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16일 태국 신임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전임 총리였던 세타 타위신이 불명예 퇴진한 게 14일인데, 불과 이틀만에 총리가 지명됐습니다.

그런데 이 패통탄이라는 인물,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의 대표로 선거를 이끌었는데, 왕실모독죄 개정·군부 역할 축소 등의 파격 공약을 내세우며 파란을 일으킨 ‘전진당’에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프아타이당은 과거 적으로 대치해왔던 군부 진영 정당들과 손을 잡고, 하원 과반을 넘는 연정을 이끌어내 전진당을 축출해 냈죠. 그렇게 새로 뽑은 총리가 세타 타위신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이 사람을 쫓아내고 다시 패통탄을 총리 자리에 앉힌 거죠. ‘어차피 총리는 패통탄이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1년 3개월간 돌고 돌아 결국에는 탁신 가문이 4번째 총리를 배출하게 된 셈입니다. 너무 복잡한가요? 아래 기사들 찬찬히 읽어보시면 내막이 어떤 건지 자세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태국, 다시 탁신家 집권… 신임 총리에 막내딸 38세 패통탄

태국 집권연정, 새 총리 후보에 ‘탁신 딸’ 패통탄 내정

태국 헌재, ‘부패 인물’ 기용한 세타 총리 해임 결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기시다 日 총리 연임 포기 선언

다음은 이웃 나라 일본 소식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말쯤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민당 신임 총재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고 본인은 퇴임하겠다는 것인데요. 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관행이 있습니다. 자민당에 기시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총재로 새로 취임하고, 총선에서 자민당이 다시 이겨 지금처럼 1당 위치를 유지하면 그 사람이 다음 총리가 되는 셈이죠.

자리에 오른 뒤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속 있으려고 하는 게 정치인들의 특성인데요. 특히 전임 아베 신조 총리가 재선을 거듭하며 8년 이상 총리를 지낸 것과 달리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굉장히 낯선 풍경입니다. 지난해 말 자민당에서 소속 의원들의 정치 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후 기시다 내각은 지지율이 불과 10~20%대에 머물러 왔습니다. 최악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서 기시다는 당 안팎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결단을 내린 셈이죠. 기시다의 살신성인으로 자민당은 다음 선거에서 과연 다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기시다 日 총리, 연임 포기 선언

달궈지는 日 차기 총리 선거…자민당 ‘포스트 기시다’ 선거 흥행 분위기

12일 일본 엑스(옛 트위터)에는 대지진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구름인 지신구모 사진이 수십장씩 올라오고 있다. /엑스 캡쳐

◇거대 지진 주의보에 ‘패닉’…불안에 떤 열도

한 주 동안 일본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거대 지진 주의보’가 한 주 만인 15일 해제됐습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8일 규슈의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하자, ‘앞으로 7일 내 거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평상시보다 여러 배 커졌다’는 주의보를 발령했는데요. 이 지진이 약 100~150년 간격으로 난카이 해저 협곡(해곡)에서 발생해 재앙적 피해를 가져왔던 ‘난카이(南海) 대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죠. 기시다 총리가 중앙아시아 순방을 출국 직전 전격 취소할 정도로 일본 전체가 잔뜩 긴장했었습니다. 별 일이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재난이 덮칠 우려가 커지면서, 사람들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가짜 정보도 속출했습니다. 특히 하늘의 구름 모양을 보고 지진을 예측하는 ‘지진 구름’이 일본 전역에 발견됐다는 게시물이 잔뜩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구름은 대기 현상이고 지진은 대지(大地) 현상이라 둘은 전혀 다르고, 지진이 구름의 영향을 받는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하죠. 디스토피아가 경고된 세계의 혼란한 모습, 과연 어땠을지 아래 기사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日, 거대 지진 주의보 해제... “특별한 변화 관측 안돼”

일본 대지진 공포에 중국인들은 여행 취소 중

“대지진 전조인 구름 나타나”... 日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정보 확산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대중 음악으로 읽어보는 美 대선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이번에는 좀 색다른 관점에서 대선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 대진표가 완성되고 본격적인 유세전이 시작되면서 유명 가수들의 지지 대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빌보드 등 음악 전문 매체들은 후보별 지지 가수 등을 분류한 ‘음악 판세 분석’ 기사를 보도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통상 미국 대선에선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팝 스타,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미국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컨트리 가수들은 정치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공화당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데요.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목소리를 내는 뮤지션도 많아졌고, ‘오로지 컨트리 가수들만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통념도 깨지고 있습니다. 특히 힙합의 ‘GOAT(역대 최고 ·Greatest of All Time)’ 후보로 늘 언급되는 흑인 아티스트 카녜이 웨스트가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건 이미 유명한 사실입니다. 어떤 스타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는지, 아래 기사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성 팝스타는 해리스, 컨트리·힙합 가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대담 홍보 포스터/뉴시스

◇앙숙에서 동반자로…트럼프와 머스크의 대담

세계 최고의 괴짜이자 관종(관심 종자)인 두 사람이 뭉쳤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입니다. 이 둘은 12일 X(옛 트위터)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페이스’를 통해 음성 대담을 가져 화제가 됐는데요. 두 사람은 한때 공개 설전까지 벌일 정도로 앙숙이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애틋한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중인데요.

이날 두 사람 대담의 상당 부분은 불법 이민 문제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비판에 할애됐습니다. 트럼프는 “해리스와 바이든의 느슨한 이민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연결된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오직 똑똑한 대통령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저지할 수 있다”며 “바이든과 같은 바보들에게는 어떤 일도 맡겨서는 안 된다”고도 했죠. 이 둘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또 모여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래 기사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트럼프, 머스크와 ‘브로맨스 대담’… “김정은·푸틴 내가 잘 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AFP 연합뉴스

◇첫 여자 대통령 선출한 멕시코…정부 인선에도 ‘여풍(女風)’

이번엔 지구 반대편 멕시코로 넘어갑니다.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오는 10월 1일 취임을 앞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인이 차기 정부 요직에 잇따라 여성들을 앉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장관 후보자 18명 중 9명이 여성으로, 나머지 자리에 모두 남성이 임명된다고 해도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게 됩니다. 특히 환경자원부, 에너지부, 관광부 등 멕시코에서 주목도가 높은 요직에 여성들을 잇따라 기용하고 있다는데요.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친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 때문에 ‘마초의 나라’로 알려져 왔던 멕시코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멕시코 차기정부 女風

오늘의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오는 24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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