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인부들이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을 벽에 설치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가혹한 보복이 따를 것"이라고 쓰여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사건의 주범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던 이란이 20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확전에 부담을 갖고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 속에 간접적 방법으로 서방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중재 당사국인 이집트·카타르 등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17일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과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선 15일과 16일에도 바게리는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다.

헤즈볼라 무기고 피폭 - 19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 동쪽 베카 밸리 지역에 붉은 화염과 연기가 자욱하다.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에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 시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X(옛 트위터)

이란이 이처럼 막후에서 휴전 협상 중재국과 물밑 대화에 나선 것은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반(反)이스라엘 단체 하마스·후티·헤즈볼라를 지원해온 만큼, 휴전 협상 결과에 따라 자국 정세도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 역시 내심 휴전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자국 입장을 중재국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유대뉴스연합은 “하니예를 노린 표적 암살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양측이 전면전을 불사할 경우 이란이 상당한 전력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난도 이란이 공언했던 보복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탈퇴로 핵합의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고 제재가 강하돼 국민 생활고가 가중됐다. 지난달 취임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보복 개시보다는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실(ODNI),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이란의 공작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우리의 여러 홈페이지 중 하나가 이란 정부에 의해 해킹당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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