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과 데이비드 베컴. /AP 연합뉴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스웨덴 출신의 ‘축구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이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축구계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릭손은 이날 오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에릭손은 앞서 올해 1월 자신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으며,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최대 1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릭손의 오랜 에이전트인 보 구스타브슨은 “우리는 상황이 안 좋게 끝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병세가 빠르게 악화했다”며 “에릭손은 항상 매우 긍정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냈으며 타인에게 헌신적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그랬다”고 밝혔다.

고인의 두 자녀인 리나와 요한도 “아버지를 위해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고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축구 스타들은 깊은 애도를 보냈다.

에릭손은 1980~1990년대 스웨덴, 포르투갈, 이탈리아 클럽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1년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다. 에릭손은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프랭크 램퍼드,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 등 황금 세대의 선수들을 지휘하며 영국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8강전, 2004년 유럽 선수권대회 8강전으로 이끌었다.

스벤 예란 에릭손. /AFP 연합뉴스

영국 축구협회(FA) CEO 마크 불링엄은 “과거와 현재의 FA 동료들을 대신해 애도를 표한다. 모두가 그를 많이 그리워 할 것”이라며 “다음달 웸블리에서 핀란드와 경기할 때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에릭손의 사망 소식에 슬프다. 그는 위대한 혁신가이자 아름다운 경기의 진정한 대표였다. FIFA를 대표해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뮌헨)도 BBC를 통해 “에릭손 감독과 함께 뛰어볼 특권을 누리지 못했지만 그와 함께 뛰었던 많은 사람이 그를 얼마나 존경하고 좋아했는지 알고 있다. 그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베컴은 인스타그램에 지난 1월 투병 중인 에릭손 감독을 만난 영상을 올리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베컴은 “우리는 함께 웃고, 울었다.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당신은 항상 열정적이고, 배려심 깊고 침착한, 진정한 신사였다. 항상 그런 사람으로 남아줘서 고맙다”며 “나를 당신의 주장으로 뛰게 해줘서 영원히 감사하다”고 했다.

에릭손 감독의 지휘 아래 17세의 나이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데뷔해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루니도 “정말 특별한 분이었다. 당신의 모든 조언과 도움, 함께했던 추억에 감사하다”고 했다.

에릭손의 지휘 하에 이탈리아 라치오의 주장을 맡았고 현재 세리에 A팀 몬자의 감독을 맡고 있는 알레산드로 네스타는 “위대한 코치이자 특별한 사람이여, 안식을 기원한다”라며 “항상 마음속에 당신을 간직하겠다”며 영면을 기원했다.

영국의 총리 키어 스타머와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를 포함한 정치인들도 고개 숙여 추모했다. 스타머는 “에릭손은 영국 축구에 공헌하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준 이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